경제·금융 은행

또 오르는 주담대 금리…엇박자 정책에 딜레마 빠진 은행들

◆시장금리 하락에도 대출금리 인상 논란

은행채 5년물 연일 최저점 경신속

국민·우리·신한 등 추가 인상 예고

시장에선 "이자장사만 도와준 꼴"

은행 "가계빚 정책 지켰는데" 곤혹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가장 금리가 낮은 주기형 상품의 금리를 줄줄이 인상한다. 금융 당국의 지도에 따라 금리 인상을 통해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은행채 금리가 연저점 수준인 상황이지만 대출 수요자들은 시장금리 하락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투심 강화로 전체 대출 총량이 줄어들지 미지수인 가운데 예대마진 폭이 확대됨에 따라 은행들만 이익을 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은 이달 중 가계대출 금리를 추가 인상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18일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변동·주기형 금리를 각각 0.20%포인트씩 올린다. 앞서 국민은행은 이달 3일 주담대 금리를 0.13%포인트, 11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10~0.20%포인트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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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도 이달 12일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소폭 인상했지만 24일부터 5년 주기형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를 0.20%포인트, 아파트 외 주담대 중 5년 변동금리 상품의 대출 금리는 0.15%포인트 추가 인상하기로 했다.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2%대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제공하고 있던 신한은행도 이달 15일 금리를 0.05%포인트 올린 지 이틀 만에 22일부터 0.05%포인트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시중은행이 이달 들어 여러 차례 대출 금리를 올리는 것은 주담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는 가계빚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달 들어 16일까지 이들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3조 3769억 원 증가했다. 6월 한 달간 5조 8467억 원이 증가한 것과 비교해 늘어나는 폭이 가파른 상황이다. 금융 당국은 연초부터 은행에 “가계대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2~3%를 넘지 않도록 하라”며 강력하게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며 “은행들이 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금리를 높여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심사를 깐깐하게 하거나 금리를 높여 대출을 줄이는 정책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이날 3분기 가계 주택에 대한 대출태도지수가 -6으로 2분기(-6)와 같은 수준을 보이며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출태도지수는 18개 은행 여신 업무 총괄 담당자들의 의견을 들어 지수화한 것으로 -100~100 사이에서 결정된다. 지수가 낮아질수록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겠다는 의미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상이 추가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의 가계 주택에 대한 대출수요지수는 17로 2분기(31) 대비 낮아졌지만 여전히 플러스를 유지했다. 시장의 자금대출 수요가 여전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달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매매가격지수는 5월(-0.02%)과 비교해 0.04% 상승하며 일곱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주택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추가로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대출 금리 인상이 은행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금리 하락에도 대출 수요자가 아니라 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예대마진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기형 주담대의 준거금리가 되는 은행채 5년물(AAA) 금리는 16일 기준 3.310%를 기록하며 연일 연중 최저점을 경신 중이다. 이자수익 확대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금융 당국이 금융지주들에게 강조해왔던 비이자수익 확대는 공염불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하니 은행들은 하는 수 없이 금리를 올리는 모양새”라며 “은행 입장에서는 금융 당국의 기조를 방패막이 삼아 눈치를 보지 않고 순이자마진(NIM)을 늘릴 수 있는 말 그대로 ‘호황’인 셈”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올 3분기 이후 은행의 예대마진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의 자체 금리 인상으로) 대출 성장은 둔화되겠지만 가산금리 조정에 따른 대출 금리 상승이 순이자마진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 성장이 둔화된다는 점은 은행의 자본 비율 관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공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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