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찰스 3세 국왕이 17일(현지 시간) 의회 개원식에서 노동당 정부의 국정 과제를 발표한다. 이번 연설은 집권 초기 경제 이슈에 역량을 총동원한다는 노동당 방침에 따라 경제 성장과 관련한 내용이 상당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대신 선거연령 조정과 같은 정치 개혁 과제는 상당수 제외될 전망된다.
영국 BBC·가디언 등에 따르면 찰스 3세 국왕은 17일 오전 11시 30분께 의회 연설에 나선다. ‘킹스 스피치’(King‘s speech)로 불리는 국왕 연설은 의회의 회기 시작을 알리는 공식 행사다. 정부 각료들이 작성한 연설문을 국왕이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 자리에서 노동당 정부의 정책 뼈대가 공개된다. 이번 연설에서는 수개월 내 입법 발의될 35개 법안의 초안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초점은 경제 성장에 맞춰질 전망이다. 경제 성장을 통해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영국 재건에 나서겠다는 게 노동당 포부다. 총리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왕이 공개할 새로운 법안의 중심 주제는 경제 성장을 통해 근로하는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이와 관련해 “사람들의 부를 창출하기로 결심했다”면서 “그것이 우리나라가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노동당 정부는 그 열망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정책의 핵심은 주택 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 측은 “더 많은 주택과 인프라를 건설하도록 하는 것은 성장을 강화하려는 정부 계획의 핵심”이라고 소개했다. 향후 5년 동안 150만 가구의 주택 건설에 나서겠다는 노동당은 의무 주택 건설 목표제를 복원할 예정이다. 이는 중앙정부가 특정 유형 주택을 지방정부가 의무적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인데 2022년 보수당 정부가 폐기한 바 있다. 하지만 노동당 정부는 지자체에 주택 공급 목표를 다시 할당해 공급 확대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철도 국유화도 핵심 사안으로 분류된다. 총리실은 “철도 서비스를 공공 소유로 전환해 단순화된 철도 시스템을 만드는 새로운 법률이 도입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국의 철도 서비스가 민간 관리자와 계약이 만료되면 공공 소유로 돌아간다. 또 새 시스템을 모니터링하는 등 관리 감독을 위한 중립 기관을 신설한다.
가디언은 “노동당의 모든 정책에 이번 연설 내용이 담기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투표 연령을 16세로 낮추겠다는 공약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경제 성장 법안이 우선순위라는 방침 때문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