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내년 15개 라인업으로 북미 시장을 공략한다. 현대차 최초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투싼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고성능 트림을 추가한 코나 등으로 현지 고객을 겨냥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은 최근 2025년형 라인업 변경 사항을 공개했다. 총 15개 라인업 중 신차는 2개 차종, 페이스리프트 1개 차종, 상품성 개선 모델 2개 차종이며 나머지 차종들은 연식 및 트림 변경, 편의기능 추가 등으로 변화를 준다.
주목할 점은 현대차의 첫 대형 전기 SUV 양산모델의 공개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못 박았다는 것이다. 업계 예상과 달리 이 차량은 지난달 열린 부산 모빌리티쇼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출시 시점도 미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현대차는 연내 차량 공개한 뒤 국내를 거쳐 북미 시장에서 대형 전기 SUV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북미 판매 시점은 빠르면 내년 상반기로 예상된다. 차량 이름은 현재 검토 단계로 아이오닉7 또는 아이오닉9 중 하나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대형 전기 SUV 출시를 서두르는 것은 북미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로 읽힌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속에서도 현대차는 올 상반기 북미에서 3만 2491대의 전기차 판매로 32.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기아(2만 9392대)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량은 6만 1883대로 테슬라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특히 9671대 팔린 기아의 EV9은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등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데 현대차도 동급 차량을 선보여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의 대형 전기 SUV는 3열 좌석으로 EV9(3100㎜)보다 긴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넓은 실내 공간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1회 충전으로 500㎞ 안팎을 주행하고 20분 안에 배터리 용량의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초급속 충전 기능도 갖춘다. 북미 신차 라인업에 포함된 현대차의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은 지난 3월부터 북미에서 판매 중이다.
현대차는 이 밖에도 투싼 페이스리프트 모델과 싼타크루즈 상품성 개선 모델로 북미 판매량 확대를 노린다. 투싼은 지난해 북미에서 20만 9624대 팔린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내·외관 디자인 변경과 다양한 편의기능 추가로 북미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소형 SUV인 코나에는 내년부터 ‘N 라인 S’ 트림을 새로 추가한다. 고성능 브랜드인 ‘N’에 가까운 준고성능 트림으로 가죽 시트 등 실내 소재로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새로운 안전·편의 기능을 적용한다.
올해 10월부터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가동된다는 점도 호재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대당 최대 7500억 달러(약 1000만 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아이오닉5를 포함해 내년 출시 예정인 대형 전기 SUV 등도 이러한 혜택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