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17년 명칭 논란 '일해공원' 군민 뜻 듣는다[합천톡톡]

군, 이달 말까지 공론화 추진위 구성 의견 수렴

명칭 관련 주민 의견 들을 방안 마련 결론 방침

합천군 일해공원 앞에 설치돼 있는 표지석. 연합뉴스합천군 일해공원 앞에 설치돼 있는 표지석.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를 딴 이름 때문에 17년간 지역사회 갈등 요소가 되는 경남 합천군 ‘일해공원’ 명칭 변경에 대한 공론화가 본격화했다.



군은 일해공원 명칭과 관련해 합천군지명위원회 권고에 따라 공론화를 추진한다고 20일 밝혔다. 지명위원회는 지난해 6월 제3차 회의를 열고 주민 1500명이 발의한 일해공원 이름 변경 요구를 부결했다. 당시 지명위원회는 주민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새로운 지명을 지정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주민이 참여하는 기구를 구성해 토론회 또는 공론화를 추진, 군민이 원하는 공원 명칭을 정하는 절차를 진행하라고 권고했다.

일해공원 공론화 과정은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이 진행한다.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은 정부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민간 연구기관으로 지난 5월 14일 합천군과 공론화 추진 과정 용역 계약을 체결, 공론화 과정을 주관해 군민 의견 수렴에 나선다.

공론화추진위원회는 공원 이름을 바꾸자는 측과 그대로 유지하지는 측 위원을 동수로 놓고, 중립 의견을 가진 위원을 같은 비율로 선출할 예정이다. 공론화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 8~9월 두 달 동안 활동하며 일해공원 이름을 둘러싼 그동안 갈등을 되짚어볼 예정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당 대표가 지난 5월 22일 고 전두환 대통령 호를 딴 경남 합천군 합천읍 일해공원 입구에서 공원 명칭 변경을 촉구하는 입장문 발표에 앞서 ‘일해공원’이 적힌 종이를 찢고 있다. 연합뉴스조국 조국혁신당 당 대표가 지난 5월 22일 고 전두환 대통령 호를 딴 경남 합천군 합천읍 일해공원 입구에서 공원 명칭 변경을 촉구하는 입장문 발표에 앞서 ‘일해공원’이 적힌 종이를 찢고 있다. 연합뉴스



공론화추진위원회가 마련한 주민 의견 수렴 방법에 따라 공원 명칭 관련 주민 의견이 나오면 군은 이를 지명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지명위원회는 주민 의견을 놓고 심의해 결론 내린다. 이후 결과를 경남도지명위원회로 전달하고 도지명위원회가 지명을 최종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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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우선 31일까지 공론화위원회 위원을 모집한다. 위원은 40명 내외로 신청 자격은 공고일 현재 합천군에 주소를 둔 사람이다. 중립 입장인 위원은 합천군에 주소를 두었거나, 등록기준지가 합천군인 사람도 할 수 있다.

합천 시민단체는 일해공원 공론화 추진과는 별개로 일해공원 명칭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국회 청원운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운동에는 5.18 기념재단도 동참해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일해공원 명칭 논란이 지속되는 만큼 공론화를 추진해 주민 뜻을 정확하게 반영하고자 한다"며 "슬기롭게 갈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공론화 추진 과정에 많은 군민이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일해공원은 2004년 합천 황강변에 ‘새천년 생명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인 전두환씨 업적을 기리고 합천을 대외적으로 알리겠다는 의도로 호인 ‘일해’를 따 2007년 일해공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2021년에는 명칭 변경을 주장해온 생명의숲되찾기합천국민운동본부가 주민 1500명이 참여한 명칭 변경 주민 청원을 발의했다. 심의해 나선 군지명위는 지역 내 양측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청원을 부결하면서도, 주민 토론회 개최 등을 권고했다.

일해공원 명칭 변경 여부는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두고 있다. 앞서 5월 합천을 찾은 조국 조국혁신당 당 대표 후보는 “독재자 호를 군민이 이용하는 공원에 사용하는 것은 상식과 멀다”며 “국토교통부 장관, 합천군수는 공원 이름을 원래대로 복원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천=박종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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