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재계의 화두로 떠오른 ‘트럼프 리스크’와 관련해 “만약 미국이 내년에 반도체 보조금을 줄 수 없다고 결정한다면 우리도 투자 여부를 완전히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2028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애리조나에 38억 7000만 달러(약 5조 2000억 원)를 투자해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최 회장은 19일 제주도 서귀포시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선 후보가 외국 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는 질문에 대답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는 대만이 미국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수십억 달러를 주고 있다”며 “그들이 공장을 짓기는 하겠지만 이후 다시 자기 나라로 가져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정책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발언이다.
최 회장은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인공지능(AI)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입장에서 기존의 반도체 정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우리도 미국 인디애나 투자가 아직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고 절대적 투자 규모가 크지도 않아 최종 대답은 내년에 미국 정부가 들어선 뒤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자국 내에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기존 계획을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AI 밸류체인’ 내 강자로 자리 잡은 SK가 굳이 투자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서귀포=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