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고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과 의사 국가시험 접수가 시작된다. 의료계에서는 하반기 모집에 지원하는 전공의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대생들은 이미 국시를 거부하겠다고 예고했다. 정부의 각종 유화책에도 불구하고 의정 갈등이 언제 끝날지 예측조차 어려운 상태다.
22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빅5' 병원을 포함해 대부분의 수련병원이 오늘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을 개시한다. 이달 말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을 받은 후 다음 달에는 병원별로 면접 등 채용 절차가 진행된다. 최종 합격자들은 9월 1일부터 수련에 들어간다.
의료계에서는 2월 기준으로 사직이 처리된 전공의들은 1년 후인 내년 3월에 복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내놓지만 정부는 여전히 사직의 법적 효력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철회된 6월 4일 이후에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사직 전공의들은 복귀 시점이나 전문의 자격 취득 등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올해 9월에 복귀하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사직 전공의들은 9월 하반기 모집에 지원해 복귀하기보다는 일반의로 병·의원에 취업하거나 입대나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병원에서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하는 전공의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는다. 서울시내 수련병원 관계자는 “하반기 모집이 전공의들 사이에선 갈라치기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 지원 자체가 많지 않을 수 있다”며 “교수들의 반발도 여전하다”고 밝혔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과 같은 날 응시 접수가 시작되는 국시도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의사 면허를 취득하려면 9∼11월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국시 실기와 이듬해 1월 필기에 모두 합격해야 한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22일부터 26일까지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접수하지만 내년도 국시를 치러야 할 의대 본과 4학년 대부분은 이미 응시를 거부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의료계에서는 지금껏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의대생들이 국시를 치를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 교수는 “의대생들이 거의 반년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며 “국시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치를 수가 없는 상황으로 파행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의대생이 끝내 국시를 거부할 경우 매년 약 3000명 배출되던 신규 의사 공급이 끊긴다. 대형병원에서 수련을 시작하는 전공의들이 사라질 뿐 아니라 전문의 배출도 밀릴 수밖에 없어 의료 현장의 공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