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최저임금 미몽이 부른 치명적 패착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1만30원으로 확정돼 처음으로 1만원 시대가 열렸다. 주 15시간 이상 근무한 경우 지급하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시간당 1만2036원이다. 그러면 최저임금인상을 통해 보호하고자 했던 알바생 등 임시직 근로자의 ‘삶의 형편’은 그만큼 개선될까. 자신할 수 없다.



2017년 5월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최저임금을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인상한 것이었다. 근로자들은 환호했다. ‘다른 모든 것은 그대로 변하지 않고’(other things being equal) 오직 최저임금만 16.4% 인상되는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자체가 거대한 착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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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세계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그만큼 기존 취업자는 실직 위험이 커지고 노동시장에 진입한 취업희망자는 구직 기회가 줄어든다.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는 계층은 정규직 근로자 뿐이다. 그들은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더라도 해고 위험이 비례적으로 커지지 않는다. 결국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근로직군 내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양극화’는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역설적으로 임시직 등의 경제형편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개악된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일반 소비자의 경제 후생은 명백히 저하됐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서 음식료 등 생활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은 한국적 현실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는 상공인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는 국부론에서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즐거운 일로도 좀처럼 만나지 않지만 ‘가격인상 모의’를 위해서는 틈만 나면 비공식적으로 만난다”고 기술하고 있다. 상공인들은 제품의 가격을 올리고 싶지만 경쟁자가 동조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즉 서로 견제하기 때문에 값을 올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값을 올릴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스미스의 주장이다. 스미스의 논지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가격 담합(인상)의 빌미를 준 것이다. 그 결과 최근 1만원 이하의 식사메뉴가 거의 사라져 서민의 부담이 커졌다.

주휴수당은 유급휴일로 개념상 ‘정규직 근로자’에게 해당되는 제도다. 시간근로 등 임시직에 주휴수당을 적용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터키·멕시코 등 5개국에 불과하다. 주 30시간 일할 직원 한 명 대신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직원 2명을 채용하면 주휴수당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고용의 질’이 악화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시간 미만 취업자는 192만4000명으로 불과 1년 새 24.3% 급증했다. 노동시장을 왜곡시키는 주휴수당은 응당 폐지돼야 한다.

최저임금은 시장임금이 아닌 ‘정치임금’이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을 공익위원·사용자위원·근로자위원으로 구성된 ‘임시’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매년 결정하게 할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격년을 원칙으로 필요시 결정하게 하고 그 결과에 대해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그리고 최저임금 미만률은 그 자체가 범법이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최저임금이 채택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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