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발표한 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자신을 대체할 후보로 공식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총기 피격’에 이어 전·현직 대통령 간 ‘리턴매치’로 진행되던 대결 구도까지 급변하면서 미 대선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재선에 도전하려 했지만 내가 사임하고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의 임무에 집중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이롭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해리스 부통령이 우리 당의 후보가 되는 것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 “이제는 힘을 합쳐 트럼프를 이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대선 후보로 확정돼 전당대회에서 지명만을 앞두고 있던 현직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는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이 1968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출마를 선언했다가 당내 경선 초기인 같은 해 3월 출마를 포기한 바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고 대선 후보로 지명되는 공식 절차만 남겨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난달 27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 토론 이후 인지력 논란이 불거지며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았던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까지 수차례 대선 완주 의지를 피력했으나 민주당 원로들과 지도부까지 등을 돌리자 결국 중도 하차를 택하게 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통령의 지지를 받게 돼 영광이며 승리하는 것이 내 목표”라면서 “트럼프와 그의 극단적 프로젝트 2025 의제를 물리치기 위해 민주당과 우리 나라를 통합하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다음 달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하고 대선 후보를 지명할 예정이었으나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로 새 후보를 선출하게 됐다. 다만 대선이 불과 4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해리스 부통령을 대체할 후보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발표 이후 CNN과의 통화에서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서는 “바이든보다 이기기 쉬운 상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