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亞 증시 급락·비트코인 널뛰기…혼돈에 빠진 글로벌 금융시장

[바이든 후보 사퇴]

日 닛케이지수 3주만에 최저치

비트코인은 6.8만弗 돌파후 하락

달러화·금 등 안전자산도 '안갯속'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22일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요동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총격 사건 이후 ‘트럼프 승리’에 무게를 두고 움직였던 증시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자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는 양상이다. 이날 비트코인 역시 개당 6만 8200달러를 돌파하며 한 달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바이든 사퇴’가 미칠 영향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소식이 전해진 지 약 반나절 만에 열린 아시아 증시는 트럼프 승리를 전제로 했던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가 풀리면서 변동성이 커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미국 경제와 관련 깊은 일본·대만 증시가 크게 휘청였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장 초반 3만 9555엔(-1.3%)까지 빠지는 등 3주 만에 최저치로 거래되다가 3만 9599엔(-1.16%)으로 거래를 마쳤다. 닛케이225가 4만 엔대 이하로 마감한 것은 지난달 28일 이후 처음이다. 대만 자취엔지수 역시 이날 2.68% 급락해 2만 2256.99로 거래를 마쳤다. 올 6월 13일 이후 약 5주 만에 최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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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신흥국 증시가 크게 휘청였지만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강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대표적으로 달러와 금 등 안전자산의 경우 개장 초반 상승세를 보이는 듯했지만 급속도로 갈피를 잃었다.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트럼프 승리가 관측되던 지난 주말만 해도 106선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104선에서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달 17일 온스당 2483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던 금값 역시 2405달러 선까지 내려왔다.

비트코인 또한 하루 동안 급등락했다. 이날 비트코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수직 상승해 개당 6만 8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한 달여 만에 최고치를 다시 썼다. ‘친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처하는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재차 높아지며 가격을 끌어올린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사퇴라는 미지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6만 7300달러 선까지 내려앉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승리’와 ‘금리 인하’ 등 주요 변수가 이미 시장에 반영된 상황에서 ‘바이든 사퇴’라는 변수가 더해지며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전반의 분위기는 여전히 트럼프 승리에 베팅하는 모습이지만 ‘해리스의 민주당’이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정치적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에서 거래가 전반적으로 주춤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호주 시드니내셔널은행의 외환 전략 책임자인 레이 아트릴은 “앞으로 몇 주 동안 정치적 측면에서 신호보다는 잡음이 더 많을 것”이라며 “지난 한 달여 동안보다는 시장 불확실성이 조금 더 커진 듯 보인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라운드힐파이낸셜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브 메이저 역시 “해리스 부통령이 재빠르게 트럼프의 실질적 맞수에 오른다면 변동성이 불가피할 것이지만 트럼프가 계속 앞서면서 투자자들도 그의 승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면 ‘트럼프 트레이드’가 결국 지배하게 될 것”이라며 판단을 보류했다.

다만 ‘바이든 사퇴’가 불을 지핀 정치적 불확실성이 단기 태풍에 그칠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씨티그룹의 미국 주식 전략 책임자인 스튜어트 카이저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바이든의 사퇴 결정이 ‘트럼프 트레이드’에 역풍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8월 시장에 불확실성을 반영해야 하며, 선거 결과에 대한 확률 역시 50대50 기본 케이스에 가깝게 되돌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도쿄 CLSA증권의 애널리스트 다케오 가마이는 “투자자들은 여전히 트럼프가 유리하다고 보고 있기에 시장 측면에서 큰 변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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