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쟁 도구와 ‘팬덤 놀이터’로 전락한 국회 청원 제도 수술하라


국회 국민동의청원 제도가 정치권의 정쟁 도구와 ‘팬덤 정치’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있다. 23일 국회 청원 게시판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파행 정청래 법사위원장 해임 요청 청원’ 동의가 7만 6000명을 넘겼다. ‘더불어민주당 정당해산심판청구 촉구 결의안 청원’은 6만 3000명,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반대 청원’은 11만여 명의 동의를 각각 얻었다. 모두 청원 게시일로부터 30일 안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원회의 심사 대상이 됐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청원을 빌미로 국회 청문회를 밀어붙이자 여당 성향 강성 지지자 중심으로 ‘맞불 청원’과 동의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거대 야당의 논리대로라면 윤 대통령 탄핵 발의 청원 청문회에 이어 정 위원장 해임, 민주당 해산 심판 촉구 결의안, 윤 대통령 탄핵 발의 반대 청원의 청문회도 열어야 할 판이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 발의 청원에 143만 명이 동의했다는 점을 들어 ‘적법 절차’라고 주장하면서 법사위에서 관련 청문회 개최를 밀어붙였다. 국민청원에 따라 청문회를 연 것은 처음이다. 청원 사유의 상당수가 수사 중이거나 정치적 논쟁 사안이어서 청원 요건으로 보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팬덤 정치에 놀아나 억지 청문회를 열다 보니 코미디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 국민청원 제도가 피해 구제 및 입법을 요구하는 창구 역할이 아니라 극성 지지층의 진영 대결 수단으로 변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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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익명 온라인 접수가 가능한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 악용, 허위 청원, 악성 댓글 등의 몸살로 수술대에 올라 실명 원칙의 ‘국민제안’ 제도로 바뀌었다. 2020년 국회 국민동의청원 제도가 도입된 후 131건의 청원이 있었지만 채택된 것이 전무해 제도의 실효성도 의심받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제도를 본래 취지에 맞게 민생 현장의 어려움을 전하면서 정책과 입법을 주문하는 창구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수술해야 한다. 야당이 정략적으로 추진하는 대통령 탄핵 발의 청원의 2차 청문회(26일 예정)도 그만두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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