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4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의 잇단 사퇴 요구에 “사퇴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민주당은 청문회장 밖에서 피켓 시위까지 진행하며 이 후보자를 압박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통상 장관급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하루 만에 끝나지만 이 후보자의 경우 이례적으로 이틀간 열기로 했다. 여야가 70여 명에 이르는 증인과 참고인을 요청하면서 청문회는 시작 전부터 달아올랐다.
MBC 아나운서 출신인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 언론노조 관계자들과 함께 국회 과방위 회의실 앞에서 ‘언론장악 청부업자 이진숙 사퇴하라’는 손피켓을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한 의원은 “MBC 민영화를 모의한 사람은 방통위를 맡을 자격이 없다”며 이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과방위 여당 간사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노조의 청문회장 밖 집회를 문제 삼으며 “언론노조가 상임위 회의실 앞에서 집회 시위를 하는 것은 국회 권능에 대한 침해”라고 반발했다. 분위기가 과열되자 민주당 소속인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여야에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조심해 달라고 경고했다.
신경전은 청문회장에서도 이어졌다. 최 위원장은 증인 선서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서는 이 후보자를 불러 세우면서 “저와 싸우려 하시면 안 된다”고 귓속말을 전하기도 했다.
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대전 MBC 사장 시절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 도덕성을 둘러싼 질의가 이어졌다. 이 후보는 법인카드의 업무상 목적 외 사용을 지적하는 이정헌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사적으로 사용한 것은 단 1만 원도 없다”고 부인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방통위 2인 체제’의 원인은 야당에 있다고 지적하자 최 위원장이 나서 “제가 당사자”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MBC 보도본부장을 맡았던 2014년 당시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와 ‘유가족 보험금’ 보도를 언급하며 “2차 가해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없느냐”면서 준비된 사과문을 낭독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제가 방금 사과드렸다”며 사과문 낭독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