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정쟁에 위협받는 플랫폼 주권

김윤수 IT부





“세계 최초의 인앱결제 규제법을 만들고 앱마켓 ‘갑질’을 막겠다고 한 지가 벌써 3년째예요. 해외에서는 앞다퉈 자국 플랫폼을 보호하려는데 우리만 정치 갈등에 빠져서 뒷걸음치는 꼴입니다.”



24일과 25일 양일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정보기술(IT) 업계의 반응은 냉랭했다. 정쟁에 묻힌 여러 현안 중에서도 인앱결제 규제는 특히 오래도록 진전이 없어 업계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3년 전 이맘때 한국이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만들며 애플·구글의 앱마켓 갑질에 발 빠르게 대응할 것 같았던 기대가 무색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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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앱마켓이 앱 개발사에 게임·콘텐츠 등 디지털 상품 판매액의 최고 30%를 수수료로 물리는 인앱결제 강제 행위를 시장 불공정 행위로 규정했다. 수수료를 부담하는 국내 플랫폼과 콘텐츠 업계의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방통위는 지난해 말 애플·구글에 총 680억 원의 과징금 부과와 시정 조치를 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제재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고 앱마켓의 ‘배짱 영업’도 그대로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 등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위원장 탄핵 추진과 자진 사퇴가 반복된 탓에 앱마켓 제재는 뒷전으로 밀렸다. 이번 청문회는 소모적 갈등의 연장선이었고 부위원장 탄핵과 0인 위원 체제 가능성까지 나와 상황 개선도 기대하기 힘들다. 앱마켓 제재는 단적인 사례일 뿐 인공지능(AI) 경쟁 대응을 위한 AI기본법도 1년 넘게 발이 묶이며 정쟁 장기화의 폐해는 커지고 있다.

정쟁을 계속할수록 플랫폼 주권도 위협받는다는 것을 여야는 상기해야 한다. 주요국들은 이미 그 사이 해외 빅테크에 맞서 자국 플랫폼 산업 보호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빅테크의 시장 독점 행위에 수십조 원의 과징금을 매길 수 있는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함으로써 콧대 높은 애플이 수수료를 17%로 내리고 앱 개발사 자체 앱마켓도 허용하도록 유도했다. 일본 정부도 매출 2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스마트폰 경쟁촉진법’을 제정했다. 반면 3년 전 세계 첫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만든 한국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허송세월하고 있다.


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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