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티메프 사태 관망한 정부…오락가락·늑장 행보가 혼란 키웠다

정부, 5300억원 규모 피해 지원 방안 내놨지만

티메프 법정관리 신청 수 시간 전에야 발표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 피해자들의 항의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 피해자들의 항의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위메프·티몬이 29일 오후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판매 대금을 돌려받지 못한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제대로 된 피해 보전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위메프·티몬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에야 피해 지원 방안을 내놓은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은 전날 발표한 긴급경영안정자금 세부 운영 방안을 논의 중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공급하는 2000억 원 규모 긴급경영안정자금, 신용보증기금과 IBK기업은행이 지원하는 3000억 원 규모 협약 프로그램 모두 지연된 정산액 한도 내에서 신용대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내용을 기반으로 하는 정부의 위메프·티몬 사태 대응 방안은 29일 오전 발표 직후만 해도 어느 정도 경영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위메프·티몬이 같은 날 오후 “최근 대규모 환불 사태와 거래처 이탈 등으로 자체적으로 재정 상황을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급변했다.

정부 지원이 신용 대출로 이뤄지든 선정산채권 담보대출로 진행되든 위메프·티몬 의존도가 큰 업체일수록 대출 조건은 불리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신용도가 추락하는데, 이 경우 위메프·티몬 플랫폼을 통해 대부분의 매출을 창출하던 업체들의 신용도와 이들이 가진 선정산채권의 담보 가치 역시 동반 추락할 수밖에 없다.



신용도가 떨어지면 대출 한도가 줄거나 금리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정부 관계자는 “소액의 경우 (신용) 심사를 면제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피해 규모가 커 대출이 급한 업체들에게는 이번 정부 지원 방안마저도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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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부터 미정산 관련 피해 사례가 조금씩 발생했고 23일부터 본격적으로 피해가 커진 가운데, 정산 지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시간이 그간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태를 관망한 것이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적인 예를 보면,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24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피해 상황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위메프·티몬 정산 지연은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라 공정거래법 적용이 어렵다”고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같은 날 대통령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공정위와 금융 당국에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공정위는 7월 초부터 발생한 정산 지연 사태가 단순 전산 시스템 장애라고 한 위메프·티몬의 입장을 그대로 믿고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30일 오후 열린 국회 정무위 긴급 현안질의에서 지연 사례가 처음 포착됐을 때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면 피해가 적었을 것이라는 지적에 “당시 티몬 측에서 전산 오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며 “그 부분을 신뢰하고 그 이후에 모니터링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 현황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위메프·티몬 정산 지연 사태 관련 브리핑에서 미정산 규모가 17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29일 관계부처 합동 점검 회의 결과 25일 기준 미정산 규모는 21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정산 규모가 향후 2100억 원보다 2~3배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1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에서 25일께 위메프·티몬 입점 업체의 피해가 없도록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긴급경영안정자금을 포함한 정부 지원 방안은 닷새가 지난 29일에야 나온 것도 늑장 대응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사적 거래인만큼 위메프·티몬과 입점 업체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금융 당국이 29일 전 금융권을 소집해 피해 업체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을 요청한 것 역시 23일에 이미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속속 선정산대출 취급을 중단한 금융권의 행보와 비교된다. 앞서 위메프·티몬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선정산대출을 취급하던 KB국민은행과 SC제일은행은 23일에, 신한은행은 25일에 해당 상품 취급을 중단한 바 있다. 은행 관계자는 “선정산대출의 경우, 입점 업체인 차주가 돈을 갚지 않으면 변제 의무가 위메프·티몬이 아닌 차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리스크 및 고객 보호 차원에서 관련 신규 대출은 당분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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