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사진) 신임 금융위원장이 31일 공식 취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취임식도 건너뛴 채 주요 간부를 소집해 산적한 현안부터 살폈다. 금융시장을 넘어 우리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뇌관이 도처에 널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금융시장 안정은 금융위에 부여된 가장 중요한 임무”라면서 “누적된 부실을 해소하고 새로운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취임사를 통해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맞닥뜨린 최대 현안은 단연 ‘티메프 사태’다. 티몬과 위메프가 상품 거래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탓에 6만여 입점 업체들이 자금난에 빠졌고 두 회사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에 대한 환불은 어느 정도 재개된 상태지만 기존 감독과 규제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사태 직후 정부는 피해 기업에 저리의 대출을 내주겠다고 했지만 잠시 숨통을 틔우는 데 그칠 뿐이기 때문에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 위원장은 “이번 사태로 인해 많은 소비자와 판매자의 피해가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지금은 무엇보다도 신속한 수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피해 수습과 함께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e커머스를 어떻게 규율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금융 당국은 e커머스의 몸집이 비대해질 동안 규제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하지 못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전자상거래와 전자지급결제 분야의 신뢰할 수 있는 거래 질서와 엄격한 규율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면서 “e커머스 영업 및 관리 감독상 문제점을 원점에서 철저히 재점검해 제도 개선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연일 위험수위로 치닫는 가계부채도 풀어야 할 난제다. 올 6월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5조 3415억 원 늘며 2021년 7월 이후 가장 가파르게 늘었다. 은행권 가계대출 평균금리가 장기간 연 5%대 안팎을 유지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까지 갉아먹고 있어 증가세를 관리하는 일은 특히 시급하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의 경우 금리 인하 기대, 부동산 시장 회복 속에서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컨틴전시 플랜’을 사전에 준비하는 등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 본인이 기획재정부 1차관 때부터 관리해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230조 원 규모의 PF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 결과가 조만간 공개되면 사업장의 옥석이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평가 뒤 부실 PF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저축은행을 비롯한 2금융권의 손실이 대거 불어날 수 있고 저항도 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부실을 도려내면서도 2금융권의 건전성도 함께 유지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내야 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부실 PF를 정리하는 속도를 두고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간 미묘한 입장 차가 있다”면서 “신임 위원장이 이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한편 2년여간 금융 당국 수장을 맡았던 김주현 전 위원장은 이날 이임식을 끝으로 금융위를 떠났다. 김 전 위원장은 이임사에서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불확실성이 도처에 깔려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소모적 정쟁으로 귀한 시간과 국력이 소진돼 가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