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주가가 2일(현지 시간) 무려 26.05% 급락해 50년 만의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예상 밖의 실적 부진으로 주가는 2013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장 마감했다. 한때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았던 인텔은 미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반도체 패권 탈환에 나섰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인텔 주가는 전날보다 26.05% 폭락한 21.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6.05%의 하락폭은 인텔이 뉴욕 증시에 상장한 지 3년 만인 1974년 31% 폭락 이후 최대폭이다. 이날 주가는 한때 20.42달러까지 떨어지며 20달러선까지 위협을 받기도 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2013년 4월 15일(21.38달러) 이후 11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가총액도 918억 달러(약 125조 원)를 기록하며 1000억 달러 아래로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005930)의 시총인 3875억 달러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날 폭락은 부진한 분기 실적이 발표된 데 따른 여파였다. 인텔은 2분기(4∼6월) 128억 3000만 달러의 매출과 주당 0.02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 매출 129억 4000만 달러를 하회한 수치다. 향후 전망도 녹록지 않았다. 인텔은 3분기 매출 125억∼135억 달러 매출과 주당 0.03달러의 조정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가가 예상한 매출 143억 5000만 달러와 주당 0.31센트의 순이익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인텔은 이에 100억 달러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전체 직원의 15%인 1만 5000명 이상을 줄이고, 4분기에는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연간 자본 지출도 20% 이상 줄이기로 했다.
투자회사 번스타인의 반도체 애널리스트인 스테이스 라스곤은 “우리가 볼 때 인텔이 당면한 문제는 이제 기업의 존재 기반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approaching the existential)고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