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민 절반 이상 "정치성향 다르면 못만나"

보사연 '사회통합 보고서'

92.3% "진보·보수 갈등 심각"

코로나때 높아진 응집력 약화

사회통합도 4.2점으로 떨어져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서 직장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서 직장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국민 절반 이상이 정치 성향이 다르면 연애·결혼을 할 수 없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9명은 우리 사회의 보수·진보 진영 갈등이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코로나 19에 방역에 뜻을 모이며 높아졌던 사회통합도 점수도 최근 대폭 낮아지고 있어 사회적 통합을 이루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X)-공정성과 갈등 인식’ 보고서에서 공개한 ‘2023년 사회 갈등과 사회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사회 통합도를 4.2점으로 평가했다. 이는 10점이 최고치로, 0에 가까울 수록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을 뜻한다. 이는 보사연이 지난해 6~8월 19~75세 남여 39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2014년 이후 매년 실시된 조사에서 사회 통합도는 2018년과 2019년 각각 4.17점을 기록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하면서 2021년 4.59점까지 높아졌지만 2022년 4.31점에 이어 지난해에도 재차 추락했다. ‘감염병이라는 공동의 적과 싸우는 과정에서 응집력 있는 사회로 변모했으나, 유행 확신기가 지난 뒤 다시 낮아졌다’는 보사연의 분석이다.





정치 등 사회 갈등이 다소 깊어지고 있는 점이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사회 갈등도가 2.93(4점 만점)을 기록, 2018년(2.88점)보다 상승했기 때문이다. 응답자들은 갈등 사안 가운데 정치적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 가운데 92.3%가 진보·보수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는 2018년 조사 때(87.0%)보다 5.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특히 58.2%는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결혼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는 남성(53.90%)보다 여성(60.9%)에서, 청년(51.8%)보다 중장년(56.6%), 노년(68.6%)에서 많았다. 정치 성향이 다르면 친구·지인과의 술자리를 할 수 없다고 답한 사람도 33.0%에 달했다. 71.4%는 정치 성향이 다르면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함께 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이외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갈등(82.2%), 노사갈등(79.1%), 빈부 갈등(78.0%),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갈등(71.8%), 지역 갈등(71.5%)이 심각하다는 답변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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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대화와 소통이 단절되면 갈등이 해결되기는커녕 심화할 수밖에 없다”며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과 대립, 긴장과 반목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생각과 입장이 다른 사람과 조우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론장을 온·오프라인에서 조성해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국민들은 기관·단체 중에서는 의료계(81.9%), 금융기관(74.5%), 대기업(69.9%). 교육계(67.7%)에 대해 높은 신뢰도를 보였지만, 종교계(44.8%), 검찰·경찰(44.8%), 시민운동단체(42.2%), 행정부(39.4%), 법원(38.8%), 언론계(35.4%), 노조(33.1%)와 관련해서는 낮은 평가를 내렸다. 특히 국회에 대해서는 21.1%만 신뢰한다고 답했고 74.1%가 불신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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