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상조 업체 프리드라이프가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만든 펀드에 500억 원을 출자(약정액 포함)한 것으로 파악됐다. 내부 심의(투자 한 건당 300억 원 초과)를 받지 않으려고 ‘쪼개기 투자’를 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는 국내 상조 선수금 규모가 10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상조 회사들의 무분별한 투자 관행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상조 업계는 비금융회사가 사실상 금융업을 하면서도 규제에서 벗어나 있어 대표적인 ‘그림자 금융’으로 꼽힌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프리드라이프는 VIG파트너스의 투자에 약 512억 원(약정액 300억 원 포함)을 출자했다. 프리드라이프는 2020년 VIG파트너스가 인수한 회사로 올 3월 기준 선수금이 2조 2964억 원에 달하는 독보적인 1위 사업자다. 현재 VIG파트너스의 프리드라이프 지분율은 약 60%다. 상조 회사가 최대주주의 펀드에 출자한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온다.
프리드라이프가 VIG파트너스의 투자에 출자하기 시작한 것은 인수 1년 뒤인 2021년부터다. 점차 규모를 늘려 매각 시기가 도래한 올해는 300억 원 출자를 약속했다. 2021년 7월 유영산업 YPLUS 특수목적회사(SPC)에 40억 원을 출자했고 이후 △브이아이지얼터너티브크레딧2호(2022년 7월, 92억 원) △브이아이지스카이(2023년 7월, 80억 원) △브이아이지제오의일호(2024년 3월, 투자 약정 300억 원) 등 총 4건, 약 512억 원을 출자했다. 유영산업 YPLUS SPC는 VIG파트너스가 2017년 12월 2200억 원에 인수한 운동화 섬유소재 업체다. 이 외에 출자 건은 VIG가 조성한 대체투자, 경영권 바이아웃 펀드 등이다.
프리드라이프는 투자 자산군의 연도별 수익률은 제공했지만 최대주주인 VIG파트너스의 투자 건에 출자한 내역에 대한 수익률은 공개하지 않았다. 프리드라이프의 투자 자산 중 가장 수익률인 낮은 부문은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VC)이다. 올 5월 기준 457억 원을 투자해 0.75%의 손실을 기록 중이라고 밝혔다.
프리드라이프 측은 대주주 투자 건에 자회사가 출자한 것과 관련해 자체 규정에 의거해 독립적인 의사 결정 절차를 거쳐 투자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프리드라이프의 설명에 따르면 자체 규정 제12조에는 투자심의위원회 구성 조항이 있고 당사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투자책임자(CIO), 투자 리스크 담당자 등 총 4명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이 같은 위원회가 있더라도 심사 대상이 투자 금액 300억 원을 초과해야 한다는 점이다. 프리드라이프가 VIG파트너스 투자 건에 출자한 개별 금액 중 300억 원을 넘는 사례는 없다. 즉 투자심의위를 거치지 않고 투자가 집행됐을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하다. 투자심의위가 있더라도 최대주주가 주요 경영진을 선임하는 관행을 볼 때 온전히 독립적인 판단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출자 시기를 지적하기도 한다. VIG파트너스가 프리드라이프 매각을 추진하던 올 3월 프리드라이프가 브이아이지제오의일호에 300억 원 출자를 약속한 건이 대표적이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각 후 책임 투자가 가능한 구조인지 의문이고 금융회사라면 엄격한 규제 탓에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