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서울 집값 잡으려면 '노른자 땅' 공급 절실…"그린벨트 1·2등급지 개발 허용해야"

■정부, 서울 그린벨트 해제 검토

올 인허가 건수 절반이상 감소 속

미국發 기준금리 인하 압박 커져

주담대 수요 늘고 집값자극 우려

강남 해제 유력하지만 물량 한계

3만가구는 공급돼야 '안정' 효과





정부가 서울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검토하는 것은 수요가 몰리는 ‘노른자 땅’에 주택을 공급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서 시작한 집값 급등세는 현재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까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서울은 공급 절벽이 우려되고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하로 국내 금리도 내려가면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더 증가할 수 있어 특단의 조치 없이는 집값 상승세를 잡기가 힘든 상황이다. 한 개발 업계의 관계자는 “정부가 이미 대책으로 예고한 3기 신도시 조기 공급 및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택지 공급은 당장 뛰는 서울 집값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서울 알짜 부지에 추가 공급이 이뤄진다는 충분한 신호를 줄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토연구원이 조사한 서울의 지난해 주택 착공 건수는 약 2만 8000가구로 최근 10년간 연평균(6만 3000가구)의 44.3%에 불과하다. 올해 1~4월 서울의 아파트 인허가 건수는 6214가구로 전년 동기(1만 3515가구)보다 52.4% 줄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방안으로 서울 재건축·재개발 지원 외의 신규 택지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용지가 부족한 서울에서 그린벨트 해제는 택지를 공급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꼽힌다.

이번 검토에는 논의의 핵심 파트너인 서울시가 전임 박원순 시장 때보다 그린벨트 관리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책 및 지역 현안 사업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는 원칙적으로 국토교통부 장관 직권으로도 가능하지만 인허가권을 지닌 서울시의 협조 없이는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도 2020년 서울 그린벨트 해제 논의에 나섰다가 시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히자 대통령이 직접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바 있다. 물론 오세훈 시장도 무차별적인 그린벨트 해제에는 부정적이지만 올 4월 53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시내 그린벨트 지정 현황과 제도 전반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돌입하는 등 합리적인 관리·활용 방안을 찾는 데는 적극적인 편이다.



관건은 어디를, 얼마나 해제하느냐다. 수요가 있는 곳에 유의미한 규모의 택지 공급이 이뤄져야 집값 안정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이명박 정권 때 개발했던 보금자리주택 인근의 서초구 내곡동 및 강남구 세곡동 땅과 개발 계획이 앞서 공개된 강남구 수서차량기지 정도가 해제 대상이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의 그린벨트는 149.09㎢ 규모로 서울 전체 면적의 24.6%에 달하지만 서울 북부의 그린벨트는 대부분 산이어서 택지로 개발하기에는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개발 업계 전문가는 “서울 서·북·동쪽은 인근 경기도에 신규 택지로 지정할 곳도 적지 않고 경기도민들 사이에서 과도한 택지 공급이 이뤄졌다는 불만도 있다”며 “서울 남부는 강남권 입지를 찾는 이들의 수요를 분산할 수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전문가들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이 순항하려면 수요가 있는 핵심지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면서 인프라 조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서울 중에서도 수요가 있는 곳에 3만 가구 정도는 공급해야 시장 안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교통 계획만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택지 분양가에 교통 분담금을 크게 물려서라도 인프라를 조성해야 또다른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분한 택지를 공급하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 가능 기준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역대 정부는 환경 평가 1·2등급지는 보존하고 환경적 가치가 비교적 낮은 3~5등급은 개발할 수 있다는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정부 역시 올 2월 비수도권 1·2등급지는 그린벨트에서 해제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수도권 1·2등급지에 대해서는 보존 원칙을 유지했다.

문제는 이 기준대로라면 강남 그린벨트를 풀더라도 그 면적이 극히 제한된다는 점이다. 국토부의 2016년 집계에 따르면 서울 그린벨트 가운데 3~5등급지, 즉 개발 가능지 비율은 21%(31.54㎢)에 불과하다. 주변과 연결이 끊겨 택지로 쓰기 어려운 자투리땅을 제외하면 가용 면적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소규모로 산재해 있는 1·2등급지가 많다 보니 주변 아파트 개발을 할 때 ‘알박기’ 같은 역할을 해 충분한 필지를 확보하지 못할 때도 있다”며 “4·5등급지가 시간이 흐르면 식생이 자연적으로 복원돼 등급이 높아지기도 하는 만큼 1·2등급지 활용 기준을 유연화할 필요성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태영 기자·한동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