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 효자 종목은 단연 ‘사격’과 ‘양궁’이다. 앞서 나가는 얘기일 수 있지만 기업들의 후원과 지원이 뒷받침되었기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룹과 그룹 총수가 든든한 뒷배가 돼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양궁(금5·은1·동1) 다음으로 많은 메달(금3·은2)을 딴 종목은 사격이다. 한화그룹은 20년 넘게 비인기 종목인 사격을 물심양면 후원하며 발전기금만 200억원 넘게 내놓았다. 사격 애호가로 알려진 김승연 회장과 한화그룹은 2001년 한화갤러리아 사격단을 만들었고 이듬해인 2002년 대한사격연맹 회장사를 맡기도 했다.
2008년부터는 국내 주요 대회 중 하나인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회장사를 맡은 뒤 첫 올림픽인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진종오가 자신의 첫 메달(남자 50m 권총 은)을 목에 걸었다. 진종오 선수는 올림픽 금메달 4개를 따냈고 한국 사격은 2012 런던올림픽에선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의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한화와 사격연맹이 국제 사격 경기 규정에 맞춰 전자 표적으로 경기를 진행했고 겨울에는 선수단이 따뜻한 기후에서 전지훈련을 하도록 했다.
사격연맹 회장직은 지난 6월 초 신명주 명주병원장이 단독 출마해 선출됐다. 이번 올림픽에선 오예진(여자 10m 공기권총), 반효진(여자 10m 공기소총), 양지인(여자 25m 권총)이 잇따라 금메달을 획득했다. 회장사 자리를 내려놓기는 했지만 꾸준하게 후원해온 한화그룹도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양궁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따며 신화를 썼다.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했고 남자 단체전은 3연패, 혼성 단체전은 2연패를 기록했다. 김우진은 남자 양궁 사상 첫 3관왕에 등극했다.
대한민국 스포츠 종목 중에서 역대 누적 금메달 32개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은메달 10개∙동메달 8개까지 포함하면 지난 1984년부터 총 50개의 메달을 일궈냈다.
양궁의 선전에는 대한양궁협회장으로 물심양면 도운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현대차그룹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40년간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했는데 이는 단일 종목 스포츠단체 후원 중 최장 기간이다.
양궁 경기장인 앵발리드 경기장을 재현한 실전 연습 환경을 제공했고 슈팅 로봇을 비롯한 첨단 R&D 기술 활용, 실전을 방불케 하는 특별 훈련 등을 조용히 지원했다.
정 회장은 개막식 전에 현지에 미리 도착해 우리 선수들의 준비 상황을 하나하나 챙겼고 양궁 경기 내내 현지에 체류하며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했다.
정 회장은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것은 뒤에서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28년 만에 한국 배드민턴 단식 종목에 금메달을 안긴 ‘셔틀콕의 여왕’ 안세영(22·삼성생명)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배드민턴도 양궁처럼 어느 선수가 올림픽에 나가도 메달을 딸 수 있으면 좋겠다"며 "선수에게 '이번이 기회다'라고 말할 것만이 아니라 꾸준한 기회를 주면서 관리해줘야 한다"고 협회의 운영 방식에 대해 일침을 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