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K배터리 ‘캐즘’ 벗어나려면

■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





K배터리는 지금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 경기침체와 중동 전쟁이 우려되는 새로운 복합위기가 몰려오고 있어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 이 위기가 현실화된다면 전기차 캐즘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더 크고 더 긴 터널이 될 수가 있다. 미국 경기침체와 중동전쟁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갖고서 위기대응 체제를 사전에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복합위기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지금 캐즘 터널에 갇혀 있는 기업 가운데 배터리 공급망 기업을 주목하게 된다. 이들 기업은 우리나라 공급망 안보의 주역이자 지역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이끄는 선도기업들이기 때문이다. 미국·유럽연합(EU) 시장에서 중국 공급망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K배터리 공급망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파트너이기도 하다.

배터리 소부장 기업으로도 불리는 배터리 공급망 기업은 배터리 소재와 부품, 정제련, 재활용, 장비 및 솔루션 등 배터리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전기차 기업과 배터리 3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배터리 기업들이 이에 해당된다.



이런 배터리 공급망 기업들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광물가격 하락,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실적 부진은 물론 국내외 공급망 투자 사업의 축소·연기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경기침체와 중동전쟁에 대한 공포 심리가 이들 기업을 더욱 어렵게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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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배터리 공급망 안보의 관점에서 배터리 공급망 기업들의 경영 애로를 면밀하게 점검하고 현장 체감도가 높은 지원방안을 과감하게 추진해주길 바란다.

먼저 금융·세제·재정 지원을 보강해 배터리 공급망 기업에 대한 정부의 버팀목 역할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책금융 공급 확대와 지원요건 현실화, 투자 세액공제 직접 환급 및 양도 제도 도입, 흑연 음극재 등 공급망 대체가 시급한 품목에 대한 생산 보조금 지원방안은 영업이익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공급망 기업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아울러 전기차 수요 부진을 메워줄 새로운 대체 수요의 발굴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과 EU에서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동남아에서는 전기 오토바이(e-bike)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국방수권법(NDAA)은 중국산 배터리의 국방 조달을 금지하면서 동맹국이 미국 국방 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 ESS와 e-bike, 미국 국방조달 분야가 새로운 기회의 창이 되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국제적인 공급망 위기 대응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지난달 말 우리나라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공급망 협정의 3대 이행기구 가운데 하나인 위기대응 네트워크(CRN)의 초대 의장국으로 선출됐다. 공급망 통상외교의 주목할 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IPEF 회원국에는 호주·인도네시아·필리핀과 같은 배터리 핵심광물 보유국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배터리 공급망 위기 발생 시 IPEF 위기대응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회원국 간의 신속한 연대와 협력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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