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용카드 연체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증시 급락을 촉발했던 고용 악화발(發) 침체 공포는 진정됐지만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에 대한 경고음은 이어지고 있다.
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2분기 가계 신용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미국의 신용카드 부채는 270억 달러 증가한 1조 1420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늘어났으며 해당 조사가 시작된 1999년 이후 최대 규모다. 미국 신용카드 부채는 팬데믹 발발 직후 줄었다가 2021년 이후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심각한 수준의 연체로 분류되는 90일 이상 신용카드 연체율은 지난해 2분기 8.0%에서 현재 10.93%로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남아 있던 2012년 1분기(11.27%)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2분기에 새롭게 연체로 전환된 비율은 연율 9.1%로 2011년 1분기(9.7%)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특히 18~29세 젊은 층의 카드 장기 연체율이 10.5%로 가장 높았고 30~39세도 9.7%로 뒤를 이었다. 뉴욕연은의 연구진은 “젊은 세대는 팬데믹 기간 동안 지출이 과도했고 집이 없는 세입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최근 높아진 임대료 인상의 영향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연은은 모기지 등 총연체율이 3.2%로 비교적 낮다는 점을 들어 “전체 소비자들의 여건은 아직 괜찮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신용카드와 자동차대출의 연체율은 예의 주시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신용카드 연체 증가는 고용 둔화 추세와 함께 미국 경제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현금이 떨어져 카드에 의존하지만 이마저 한도에 도달해 소비 여력이 한계에 부딪힌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의 주춧돌이다.
계속되는 둔화 신호에 시장은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7월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급 금리 인하 목소리까지 나오는 등 침체 공포에 휩싸였던 시장은 이날 들어 일단 안정을 되찾은 분위기다. 미국 2년물과 10년물 국채금리는 각각 0.5bp(1bp=0.01%포인트), 10bp상승했으며 나스닥지수가 1.03% 오르는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상승 마감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는 “경제는 매우 느리지만 나아갈 것이고 침체는 오지 않을 것”이라며 “연준의 긴급 금리 인하도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공포를 벗어났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시장은 연내 총 1.0%포인트의 금리 인하 확률을 50.5%로 가장 높게 보고 있다. 남은 세 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중 적어도 한 차례는 0.5%포인트 이상의 ‘빅컷’이 필요하다고 보는 셈이다. 리트홀츠자산관리의 캘리 콕스는 “미국 경제는 적어도 아직까지 위기는 아니다”라며 “다만 위험지역에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