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5월 경제전망에서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279억 달러(약 38조 3600억 원), 하반기 321억 달러로 예측했다. 하지만 7일 나온 6월 국제수지 잠정 통계를 보면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만 377억 3000만 달러로 예상치보다 100억 달러가량 많다. 하반기 흑자 규모가 기존 전망치대로 이뤄지면 흑자액은 연 700억 달러에 육박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한은 안팎에서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나올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로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반도체 덕에 6월 전체 수출액은 588억 20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1년 전보다 8.7% 증가한 것이다. 수출 증가세는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6월 반도체 수출은 1년 새 50.4% 늘었다. 한 달간 수출액은 134억 2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정보통신기기(26.0%)와 석유제품(8.5%), 승용차(0.5%) 등도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동남아로의 수출이 1년 전과 비교해 27.9%나 늘었다. 한국 기업의 반도체 공장이 있는 베트남에서의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미국(14.8%)과 중국(1.8%) 등으로의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한은은 “하반기 글로벌 제조업 경기 개선에 따른 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투자 소득도 양호한 수준으로 유입되면서 당분간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리스크가 적지 않다. 미국 경기 둔화 우려와 인공지능(AI) 투자 감소 가능성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미 수출은 정보기술(IT) 등을 중심으로 한국 수출 비중에서 18%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한은은 “지금까지는 투자가 급격히 위축되거나 실물 부문으로 영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미국의 경기 침체를 예단하기 어려워 각종 경제지표와 기업 실적을 지켜본 뒤 국내 경상수지에 미칠 영향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 및 중동 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다. 서비스 수지도 변수다. 6월 서비스 수지는 여행수지 악화에 16억 2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적자 규모가 114억 3000만 달러에 달한다. 3분기에는 여행수지 적자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3분기에는 여름방학과 추석 연휴가 끼어 있어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2분기보다 늘어날 수 있다.
수입이 감소한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수출과 달리 수입은 473억 5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7% 감소했다. 내수가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8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수출 증가세가 지속됐으나 내수는 미약한 수준에 그치며 경기 개선을 제약하는 모습”이라며 “상품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최근에는 서비스 소비도 점차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