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빅테크와 벤처캐피털(VC)이 K스타트업의 큰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미국 등 해외 진출마저 어려워지자 한국 스타트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수년 동안의 집중 투자를 통해 동남아시아 등에 확보한 현지 포트폴리오사와 한국 기업들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한국 스타트업 업계 역시 플랫폼 사업을 중심으로 추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중국 큰손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알리바바그룹은 최근 한국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 대한 투자를 마무리했다. 기업가치는 약 3조 원으로, 투자 규모는 1000억 원 안팎 수준이다.
알리바바가 에이블리를 시작으로 한국 스타트업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에는 명품 플랫폼 ‘발란’에 대한 투자 의향도 드러냈다. 발란은 현재 연내 투자 유치를 목표로 알리바바 등과 계약을 최종 조율 중이다. 발란은 한때 기업가치가 8000억 원대까지 거론되기도 했지만 추가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자 몸값을 계속 낮춰왔다.
플랫폼 외에도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관심은 크다. 중국 푸싱(FOSUN)그룹은 최근 국내의 한 유통 대기업에 직접 의뢰해 뷰티·패션 등의 스타트업 8곳을 상하이 본사로 초청했다. 경쟁력 있는 한국 스타트업과 미리 관계를 구축해놓겠다는 의도다.
해당 회의를 주관한 한 인사는 “푸싱그룹은 정기적으로 한국 스타트업을 직접 초청해 투자 설명회를 열기로 결정했다”면서 “중국 현지 기업과 벤처캐피털 모두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크다 보니 중국 기업 간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의 글로벌 펀드 출자 사업에 중국 최대 투자은행(IB)인 CICC가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CICC는 국내 투자회사와 손잡고 약 11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할 예정이다. 매년 1조 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목표로 글로벌 운용사를 선정하는 이 사업에 중국 투자회사가 참여한 것은 약 3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