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6월 경상수지가 122억 6000만 달러의 흑자를 내며 6년 9개월 만에 월간 기준 최대 흑자 기록을 경신했다. 통계 공표를 시작한 1980년 1월 이후 역대 세 번째로 흑자 폭이 컸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8.7% 급증한 반면 수입은 5.7% 감소해 상품수지 흑자가 114억 7000만 달러로 불어난 영향이 컸다. 6월 반도체 수출은 50.4% 급증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정보통신기기 수출도 20.6% 늘었다.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377억 3000만 달러에 달했다.
정부는 하반기에도 수출 호조와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갈수록 커지는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관건이다. 미국발(發) 경기 침체와 5차 중동 전쟁 등의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수출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 호황을 견인해온 인공지능(AI) 시장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아는 AI 부문에 약 6000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AI 관련 매출은 1000억 달러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AI 투자가 곧 정점을 지나 위축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AI 피크아웃’ 우려에 불을 지폈다. 일각에서는 AI 반도체에 필수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공급과잉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구글에 반독점법 위반 판결을 내리는 등 빅테크 규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AI 선두 기업인 엔비디아도 미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AI 투자 둔화와 정보기술(IT) 산업 제재 강화가 우리나라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반도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하반기 이후의 수출 시장 여건을 과도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다양한 외부 변수로 인한 수출 불확실성에 대비해 전방위로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체 수출의 23%를 반도체에 의존하고 대미 수출 비중이 18%에 육박하는 편중된 무역 구조로는 작은 외부 충격에도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수출 품목과 시장을 다변화하고 기술 초격차를 확보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11월 미국 대선 이후 거세질 보호무역주의의 파고를 넘어 흔들림 없이 수출 증대 전략을 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