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받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대한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 시간) 마두로 대통령이 열흘간 베네수엘라에서 X의 접속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X의 사용을 금지하는 이유는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라며 “그는 증오와 내전, 죽음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베네수엘라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부터 머스크 CEO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는 대선 개표 과정에서 시스템 해킹 시도가 있었다며 배후로 머스크 CEO를 지목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격 이면에는 머스크의 지시가 있었다고 확신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앞서 머스크 CEO는 베네수엘라의 정권 교체를 지지해왔다. 머스크 CEO는 베네수엘라 대선을 앞두고 X에서 야권 후보들을 지지하며 “베네수엘라 주민들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회를 가질 때”라고 밝히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가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선언한 후에는 “독재자 마두로가 부끄럽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X 사용을 금지하기에 앞서 메신저 서비스 왓츠앱의 사용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그는 왓츠앱이 군인과 경찰관 가족을 위협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며 대신 텔레그램이나 위챗을 사용할 것을 촉구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과 지지자들이 X와 왓츠앱을 통해 반(反)정부 시위를 선동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베네수엘라 선관위가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선언하면서도 구체적인 개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자 현지에서는 대선 불복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대선 결과 발표 직후부터 현재까지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총 최소 23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구속된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사회에서도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미국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 브라질 등은 베네수엘라 선관위에 개표 결과를 투명하게 밝힐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