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대비 고분양가 논란으로 미분양을 기록했던 수도권 단지들이 최근 들어 완판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이 예상되면서 기분양 단지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9일 분양 업계에 따르면 서울 내 악성 미분양으로 꼽혔던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가 완판됐다. 전용면적 84㎡가 약 14억 원으로 책정되며 고분양가 논란이 일자 771가구 분양 중 200여 가구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왔다. 이뿐만 아니라 고분양가 논란이 있던 광명 트리우스도 지난달 미분양으로 남아 있던 100가구가 전부 판매됐다. 서울이 아닌 광명임에도 전용 84㎡의 분양가가 약 11억 원대로 책정되며 외면받아왔지만 수차례 무순위 청약을 거쳐 미분양 물량을 소진했다.
김포시 북변 우미린 파크리브는 청약 후 잔여 세대 선착순 분양에서 완판을 앞두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저층 등을 제외하면 모두 완판됐다”며 “남은 물량이 10개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태영건설이 시공을 맡은 ‘의왕 센트라인 데시앙’ 역시 최근 미분양을 모두 털어냈다. 지난해 10월 분양을 시작한 의왕 센트라인 데시앙은 주택 시장 침체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여파에 분양을 중단했지만 분양 재개 한 달여 만에 계약률 100%를 기록했다.
분양 시장에서는 공사비 급등으로 분양가가 상승하고 주택 공급 부족으로 신규 아파트의 희소성이 높아지면서 미분양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의 최근 1년간 3.3㎡당 평균 분양가는 4190만 4000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31.02%, 전월 대비 8.28%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여전히 경기도 외곽 지역은 미분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분양 시장의 양극화는 심화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6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경기도의 미분양 주택 물량은 9956가구로 전월(8876가구) 대비 1080가구, 12.2% 증가했다. 이는 2017년 6월(1만 1229가구)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평택과 이천시 등의 미분양 물량은 증가했지만 서울과 인접한 광명과 과천·구리시 등은 미분양 물량이 없는 상황이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3기 신도시가 공급된다면 경기도 외곽 지역의 미분양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