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동십자각] 금투세 낼 이익도 없다

윤경환 투자증권부 차장





“주가가 다 떨어져서 돈 버는 사람도 없는데 야당은 금융투자소득세를 뭣하러 밀어붙인답니까.”



사상 최악의 주가 폭락 사태로 코스피지수가 장중 2300대까지 주저앉은 5일 기자와 만난 금융투자 업계 지인이 쏟아낸 푸념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게 요동치고 있다. 본격적인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미국 물가 상승이 둔화되기만 바랐던 투자자들은 이제 급격한 경기 침체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과감하게 금리를 인상했던 일본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저렴한 엔화로 매수한 해외 자산 재매도) 물량의 충격이 예상보다 크자 곧바로 백기를 들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중동 정세, 인공지능(AI) 관련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를 둘러싼 ‘거품론’, 대선을 앞둔 미국의 정치 리더십 부재 등도 증시에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악재다. 코스피가 일부 낙폭을 회복했어도 당분간 변동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는 증권가에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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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큰 위험을 감수하고 증시에 뛰어들어야 하는 시기에 ‘금투세 폐지는 부자 감세’라는 더불어민주당의 논리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당황스럽기만 하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와 무관하게 중산층·서민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제도다. 주식으로 큰돈을 벌지 않아도 연말정산·건강보험료 등에 연쇄적으로 부담을 준다. 금투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개인투자자 수 자체도 입법 직전인 2019년 말 612만 명에서 지난해 말 1403만 명으로 늘었다.

가뜩이나 국내 증시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금투세 제도까지 강행하면 해외 증시나 부동산·가상자산으로 자금이 줄줄이 이탈할 수도 있다. 최근 막 가동한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도 찬물을 끼얹는 조치다. 올 하반기처럼 증시 전망이 어두울 경우에는 세수 증가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증권거래세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금투세까지 도입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비판도 있다. 한국처럼 대외 변수에 취약한 시장에는 독약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일본 등은 거래세 없이 금투세만 받으며 홍콩·싱가포르·대만 등은 금투세 없이 거래세만 받는다.

더 걱정되는 부분은 야당이 내부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사이 인기 없는 대통령실까지 나서 금투세 폐지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투세 폐지 논의가 결코 정쟁거리로 비화해서는 안 된다. 거대 야당 스스로가 서둘러 결단을 내려야 한다. 세금을 더 낼 정도로 이익을 얻을 투자자는 이미 씨가 마르고 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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