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림픽에 참가할 자격이 충분합니다.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여성으로 태어나 살았어요. 내가 여성인지 아닌지는 여러 번 말했고요. 비난이 내게 원동력이 됐습니다. 그들의 공격 덕분에 금메달이 더욱 기쁩니다."
파리 올림픽에서 성별 논란에 휩싸였던 이마네 칼리프(25·알제리)는 꿈에 그리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이같이 말했다. 칼리프는 10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급 결승에서 양류(중국)에 5대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이로써 칼리프는 한 차례 기권승과 세 번의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일반적으로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졌다는 이유로 실격당했던 칼리프는 올림픽에 출전하며 성별 논란을 빚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여권을 기준으로 성별을 판별한다며 칼리프는 복싱 여자 경기에 출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
칼리프는 메달 세리머니가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내가 전 세계에 하고 싶은 말은 모든 사람이 올림픽 정신을 준수하고 타인을 비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올림픽에서는 나같이 비난 받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남자가 여자 복싱 경기에 출전했다'는 식의 비방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만 나온 게 아니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대회 칼리프와 16강전에서 붙은 안젤라 카리니(이탈리아)의 경기를 앞두고 "남자 선수가 출전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따져 물었다. 해리포터 시리즈 작가 조앤 K 롤링,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등 세계적인 유력 인사도 칼리프의 출전을 비난했다.
칼리프는 "SNS에서 내게 쏟아진 비난은 매우 부당하고 인간의 존엄성마저 해쳤다. 그렇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제 전 세계가 이마네 칼리프의 이야기를 알게 됐다. 난 알제리 아주 작은 마을의 매우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가족들은 날 항상 자랑스러워하고 복싱하도록 응원했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SNS에서 비난이 쏟아지는 것과는 달리 경기가 열린 롤랑가로스는 온통 '칼리프'를 연호하는 소리만 들렸다. 수많은 알제리 팬은 관중석을 채운 채 경기 내내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칼리프는 "관객과 팬들이 응원해줘서 힘이 났다"면서 "알제리 여성은 강인하고 용감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이 응원하러 와줬고 전 세계에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