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기자의 눈] OLED 운동장도 기울어졌다


“OLED도 이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봐야죠. 사실상 올해랑 내년이 ‘골든 타임’입니다.”

최근 만난 복수의 디스플레이 관계자들이 한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에 대해 공통적으로 내놓은 말이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한국의 아성을 무너뜨린 중국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의 위상까지 뺏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IT OLED 투자를 결정한 BOE가 대표적 사례다. 투자 액수는 11조 원 중 BOE가 부담하는 건 30% 수준이다. 나머지 70%는 지방정부(30%)와 은행 대출(40%)을 통해 조달한다. 무상 토지대여 등 부가 혜택까지 합치면 국가와 기업이 같이 샅바를 동여 매고 경기에 출전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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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BOE의 전 수장 왕둥성 회장이 주장한 ‘왕의 법칙’이 어느덧 LCD에서 OLED 시장까지 넘어왔다는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패널 가격이 3년 주기로 50% 떨어지기 때문에 기존 제품에 비해 두 배 이상 성능을 높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중국 디스플레이의 최대 강점을 가격경쟁력이라고 못박은 셈이다.

국내 기업들은 1~2년가량 기술 격차를 벌려가며 대응하고 있지만 고객의 물량을 수주해서 먹고사는 사업구조상 기술력이 ‘원툴’이 될 순 없다. 고객사를 만나면 기술 논의를 실컷 하다가도 종국에는 가격 얘기로 쐐기를 박는다는 자조적인 이야기도 곳곳에서 들린다. 통계로도 여러 위기 징후가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OLED 패널 시장에서 중국은 49.7%를 차지하며 한국(49%)을 추월했다.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우리 정부도 같이 운동장에 나서야 한다. 그나마 최근 정부가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연말 종료 예정이었던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 비용과 투자세액공제를 3년 연장한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와 실행에 최소 3~4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용 기한을 최소 5년 정도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이 직접보조금을 위주로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만큼 직접환급제 등 상응하는 방식의 지원방안도 고민해볼 법 하다. 40년 가까이 공들인 디스플레이 산업이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일 수 있다.






노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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