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 외국인투자기업인 한국GM이 지난달 수출을 포함해 2만 2564대의 완성차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44.6%나 감소한 수치다. 주력 차종의 경쟁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이 기간 진행된 노조 파업이 생산 차질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12일 “유럽에서 노조가 가장 강하다는 독일조차도 임금근로자 1000명당 노동 손실 일수가 연간 6일 남짓에 불과하다”며 “한국은 연간 약 39일의 노동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근본적으로 경쟁이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외투기업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인식 조사에는 기업인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 가뜩이나 강력한 한국 대기업 노조가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날개를 달 수 있다는 것이다.
외투기업들은 특히 법 개정에 따른 노동쟁의 범위 확대가 국내 산업 현장에 가장 부정적(68%)일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에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가 있을 때만 가능했던 노조 쟁의를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바꾼 것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근로계약 체결 당시 이미 확정된 근로조건의 해석·적용 등을 둘러싼 분쟁(권리 분쟁)도 쟁의 대상에 포함된다. 해고자 복직이나 단체협약 미이행, 체불임금 청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외투기업들은 쟁위 범위가 커질 경우 조직 개편과 같은 사용자 고유의 경영 판단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30.1%) 노사 간 이견이 발생할 경우 파업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심리가 확산될 것(27.6%)이라고 전망했다. 사법 결정을 받아야 하는 사안을 파업으로 해결하려고 해 법치주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응답도 10%나 나왔다.
이 같은 노사 분쟁 확대는 궁극적으로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외투기업인들의 전망이다. 외투기업의 절반 이상(51%)은 국내 투자가 1~10%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1~40%까지 투자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은 9%에 달했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올 1분기 외국인직접투자(FDI)가 70억 5000만 달러에 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의 신뢰도가 커진 결과”라며 “노조 불확실성 때문에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외투기업인들 사이에서는 가뜩이나 노사 교섭 때마다 애를 먹고 있는데 앞으로는 하청 업체들과 개별 교섭을 벌여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노무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