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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제 수입에 매년 수천억원… '제약 주권' 언제쯤?

해외 제약사 가격 인상에도 속수무책

"국산 치료제로 제약 주권 확립해야"

백신 개발에 830억 투입, 성과는 없어

11일 서울 은평구의 한 약국에 코로나19 치료제 조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11일 서울 은평구의 한 약국에 코로나19 치료제 조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치료제 품귀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팬데믹 당시 치료제를 국산화하지 못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치료제의 충분한 재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 수급 문제가 발생한 것뿐이라는 입장이지만 해외 치료제에 의존할 경우 매년 수천 억 원 규모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뿐 아니라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적시에 구매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질병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7월 첫째 주 71명에서 매주 증가해 8월 첫째주에는 861명에 달했다. 한 달 새 입원 환자가 약 12배 수준으로 폭증한 셈이다. 코로나 환자가 단기간에 늘면서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미국 머크(MSD)의 ‘라게브리오’ 등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주간 사용량은 6월 넷째 주 1272명분에서 지난달 다섯째 주에는 4만 2000명분 이상으로 급증했다.

현재 국내에 허가된 코로나19 치료제는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와 셀트리온(068270)의 렉키로나뿐이다. 유일한 국산 치료제인 렉키로나는 지난해부터 생산 중단돼 정부는 코로나19 치료제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항체 치료제인 렉키로나의 특성상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고 오미크론 변이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팍스로비드는 코로나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화학합성의약품이고 리보핵산(RNA) 유사체인 라게브리오는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는다.



문제는 코로나19 치료제 수입이 정부 재정에 주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치료제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전액 국가 예산으로 수입하는 상황이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치료제 구매 예산으로 3843억 원(이월 제외), 올해는 1789억 원이 책정됐다. 올해 예산이 크게 줄었지만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예산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질병청은 추가 예산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더구나 화이자는 팍스로비드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화이자는 지난해 팍스로비드 5일치 가격을 1390달러(약 191만 원)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5일치 가격인 530달러(약 73만원)의 2.6배 수준이다. 국산 치료제가 없으면 이처럼 해외 제약사의 가격 결정과 공급 정책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반면 셀트리온이 개발했던 렉키로나는 40만 원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경제성이 강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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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숙명여대 약대 교수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가 세계 코로나19 치료제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 보니 파격적인 가격 인상도 가능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수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며 “제약 주권이 없는 나라는 국민을 담보로 잡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으니 국산 치료제로 제약 주권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진열된 자가진단키트를 고르는 시민. 연합뉴스7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진열된 자가진단키트를 고르는 시민.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정부가 열을 올렸던 백신 국산화도 결과적으로는 무의미해진 상태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국산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개발에 성공했지만 지금은 생산을 중단했다. 스카이코비원도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와 마찬가지로 최초 코로나 바이러스 타겟으로 만들어져 지금처럼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는 어려웠다. 질병청은 10월 중 화이자, 모더나, 노바백스의 코로나19 신규 백신을 도입해 고령층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한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이 펴낸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신약개발사업단 백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830억 원(임상시험 767억 원, 비임상시험 63억 원)이 투입됐지만 개발에 성공한 과제는 한 건도 없었다.

다만 KDDF는 “해외에서 승인된 항바이러스제 개발은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유행 직후부터 관·산·학·연 협력으로 진행됐다”며 “늦었지만 국내서도 RNA 바이러스 표적 물질 라이브러리 구축 등 기초연구 지원과 함께 우수 후보물질을 엄격히 선정해 후기 임상 연구까지 집중적인 모니터링과 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질병청은 최근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다음달 지원 사업 대상 제약사를 선정하기 위한 공고를 낸다. 동물·세포 실험 등 비임상시험부터 환자 대상 임상 3상 시험까지 백신 개발 전 과정을 지원해 2027년까지 mRNA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약화한 바이러스나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이용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가 담긴 mRNA를 투입해 면역력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후보로는 GC녹십자(006280)삼양홀딩스(000070), SK바이오사이언스, 에스티팜(237690) 등이 거론된다. GC녹십자는 지난해 3월 캐나다의 아퀴타스 테라퓨틱스로부타 mRNA 전달용 지질나노입자(LNP) 기술을 도입했다. 삼양홀딩스는 mRNA와 같은 핵산 치료제를 전달하는 약물전달시스템 ‘센스(SENS)’를 자체 개발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과 mRNA 백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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