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채권시장에 돈이 몰리며 과열 양상이 빚어지자 금융 당국이 관련 기관의 국채 매입을 금지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금리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해칠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았다.
1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최근 중국 국채를 공격적으로 매입해온 일부 지방은행들과 중국 증권사들이 매입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중국 인민은행도 이달 9일 장시성의 지방은행들에 매수한 국채에 대해서도 결제를 진행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일부 대형 국영은행들에 국채 판매 시 매수자에 대한 상세 정보를 기록해둘 것을 요구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국채 시장 랠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가장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사실상 은행들에 시장 의무를 이행하지 말도록 요구한 것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규제 당국의 간섭이 장기적으로 시장 기능을 훼손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중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직접 투자가 줄고 있는 것이 중국 자산에 대한 비관론이 만연하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씨티그룹의 위샹룽 이코노미스트도 “인민은행의 금융 위험 우려는 타당하지만 장기금리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할지는 불명확해 보인다”면서 “직접적 개입의 효과도 일시적이며 채권금리는 결국 기초 여건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중국 경기의 침체 가능성이 커지며 국채에 돈이 몰렸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부동산 경기 부진 등에 따른 대체 투자 자산 부족 등이 안전자산인 국채로의 자금 이동을 부추겼다. 그 결과 국채 금리는 크게 하락(채권 가격 상승)했다. 연초 2.62% 수준이던 10년물 국채 금리는 하락세를 이어가다 이달 5일 사상 최저치인 2.12%로 떨어졌다. 이달 들어 중국 당국이 시장에 개입하자 12일 기준 2.24%까지 소폭 반등했다. 시장 원칙을 깨면서까지 중국 당국이 개입한 것은 금리가 떨어져도 너무 떨어졌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정부는 낮은 금리를 유지해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목적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채권 시장 과열로 금리가 낮아지고 위안화 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져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는 상황은 원하지 않고 있다. 저금리 시기에 미 국채에 투자했던 미국 지역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지난해 3월 파산했던 전례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점 역시 중국 당국의 우려 사항이다.
시중자금이 채권 시장으로 몰리면서 중국 증시에 돈이 돌고 있지 않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전날 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의 거래액 합계는 4960억 위안(약 94조 7000억 원)에 그치며 4년 만에(2020년 5월 이후) 가장 적었다.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상하이·선전 증시의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는 3년 연속 하락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3%가량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