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요양보호사 등 다양한 보건의료직역이 소속되어 있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3일 노동당국에 노동쟁의조정 신청을 했다. 15일의 조정 기간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부별 투표를 거쳐 이달 말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한지 반년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의료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별노조인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에 62개 사업장에 대한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부별 교섭과 조정회의에 참가해 임단협 교섭 타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도 "조정 기간 노사 합의를 하지 못하면 19~23일 지부별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28일 파업전야제에 이어 29일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5월 8일 상견례 이후 지난달 31일까지 7차례 산별중앙교섭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항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일부 쟁점에 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오는 9월 4일 교섭을 재개할 예정이다.
노조는 올해 요구사항으로 △조속한 진료 정상화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책임 전가 금지 △불법의료 근절과 업무 범위 명확화 △총액 임금 6.4% 인상 △인력 확충 △주4일제 시범사업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 마련 △간접고용 문제 해결 △기후위기 대응 △사회연대 등을 제시했다.
이날 노조가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한 사업장은 국립중앙의료원, 한국원자력의학원, 고려대의료원, 중앙대의료원, 한양대의료원, 한림대의료원, 강동경희대병원, 이화의료원, 조선대학교병원, 성가롤로병원, 대전을지대병원, 대전세종충남·넥슨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등 31개 공공병원 외에 31개 민간병원이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소위 빅5 병원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고려대의료원, 중앙대의료원, 한양대의료원, 한림대의료원, 이화의료원, 강동경희대병원 등 수도권 소재 대형 병원들이 포함됐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를 중심으로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약사, 치료사, 요양보호사 등 의료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입한 산별노조다. 의사는 일부만 가입해 있지만 의료계 다양한 직역이 속한 데다 전체 조합원이 8만2000명에 육박해 의료현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노조는 2021년 이후 매년 노동쟁의조정 신청을 했다. 작년에는 19년만에 총파업을 벌였는데 당시 140개 사업장에서 4만5000명이 참여했다. 노조는 14일 오후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조합원 1000여 명이 참여하는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