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긴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사람들의 키는 훌쩍 컸고 냉장고 손잡이는 손에 닿을 수 없을 만큼 높은 곳에 있다. 이런, 내가 고양이가 되었다.
송대길 작가의 첫 장편소설 ‘당직실 고양이’는 광고회사 팀장인 길건이 모종의 음모로 인해 고양이가 된다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주인공이 고양이가 되는 판타지적인 요소와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추리소설의 절묘한 결합이 흥미를 자아낸다. 길건은 ‘링컨콘티넨탈 할머니’의 사망에 무언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는 걸 눈치채고 사건의 배후를 쫓기 시작한다. 고양이와 인간의 강력 범죄 공조 수사가 진행되며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된다.
그는 왜 고양이가 된걸까?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사람이 고양이가 된다는 설정은 얼핏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당직실 고양이’는 판타지 소설이 아니다. 고양이의 몸에 사람의 뇌를 연결했다는 점에서 SF 소설로 보이게 한다.
소설은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파고든다. 소설에서 보여지는 대부분의 사건들은 각각의 인물들이 지닌 욕망 때문에 벌어진다.
작가는 용의자 한 명 한 명을 치열하고 섬세하게 다루는 동시에 욕망이 극단에 치달을 때 어떤 비극이 나타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송대길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올해 가장 기대되는 작품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