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사진) 일본 총리가 9월 하순으로 예정된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당 총재가 총리직을 맡는다. 기시다 총리가 사실상 총리 연임을 포기하면서 ‘포스트 기시다’를 노리는 자민당 내 잠룡들의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시다 총리는 14일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자민당의 모습을 국민 앞에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자민당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첫 걸음은 내가 물러나는 것”이라고 불출마 의사를 공식화했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한때 60%에 육박하며 안정적인 정권 운영을 이어갔으나 무리한 디지털 전환 정책(마이넘버카드)과 잇따른 인사 실패, 선거용 감세 정책 등으로 기세가 꺾였다. 특히 지난해 가을 이후 불거진 자민당 파벌 내 정치자금 스캔들은 내각은 물론 자민당 지지율에 직격탄을 날리며 주요 선거에서 패배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당 안팎에서는 기시다 퇴진론이 거세졌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소속 의원들이 일으킨 중대한 사태에 대해 조직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는 것에 조금의 주저함도 없고 이는 사안 발생 초기부터 마음 먹고 각오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포스트 기시다’로 옮겨가고 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20일 회의를 갖고 총재 선거 일정을 확정할 예정인 가운데 9월 20~29일 중 선거 실시가 유력하다. 현재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고노 다로 디지털상,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