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 플랫폼 ‘빅5(미래·삼성·키움·토스·한투)’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미국 주식 주간 거래(데이마켓, 오전 10시~오후 4시 30분) 중단 이후 시스템 복구에 증권사별 차이가 발생하자 서학개미들이 다른 플랫폼으로의 이동을 준비하면서다. 개별 증권사들도 이런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에 나서면서 물밑 경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서학개미 플랫폼 순위가 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해외 주식 매매 빅5(미래·삼성·키움·토스·한투)의 상반기 수수료 수익은 4068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622억 원 대비 55.5%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은 올 상반기 해외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로만 1193억 원을 벌어들였다. 엔비디아 등 빅테크 중심의 주가 급등으로 서학개미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다. 삼성증권(016360)(846억 원), 키움증권(039490)(770억 원), 토스증권(659억 원), 한국투자증권(600억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다만 이달 5일 미국 주식 매매 취소 사태의 여파로 빅5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주식 매매 취소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대거 플랫폼을 옮길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투자자는 “증권사별 시스템 복구 속도에 차이가 너무 커서 이번 일이 마무리되면 플랫폼을 옮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보고 투자하고 있었는데 증권사의 대응 방식과 여러 혜택 등을 고려해 플랫폼을 선택하려고 한다”고 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실제 투자자들의 이런 반응을 수집·검토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따른 투자자의 불만을 반영해 유인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해외 주식 위탁매매 사업은 수요가 점차 커지고 있고 수수료 수익은 이익률이 좋은 편으로 분류된다. 플랫폼 이용자를 늘려 ‘록인 효과(이용 시 다른 대안으로 전환하기 어렵게 되는 현상)’를 극대화할 절호의 기회로도 보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국내에서 해외로 이동하는 추세라 향후 시장의 크기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실제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키움증권은 엔비디아 최대 100주 등 총 17종의 주식 증정, 투자 지원금 33달러 즉시 지급, 신규 투자자 무료 수수료 3개월, 환전 우대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선착순 5000명을 대상으로 거래 금액에 따라 최대 600달러를 지급하는 행사와 함께 해외 거래 서비스를 최초 신청한 투자자에게 1개월간 미국 주식 온라인 매매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후발 주자인 상상인증권(001290)은 최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개편하고 해외 주식 증정 혜택을 통해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앞서 증권 업계는 16일부터 미국 주식 주간 거래를 공동 중단하기로 했다. 주간 거래를 독점하고 있는 미국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의 시스템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주문 중단 사태가 또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이런 결정을 내렸다. 물론 프리마켓(오후 5시~오후 10시 30분), 정규장(오후 10시 30분~오전 5시), 애프터마켓(오전 5시~오전 7시)에서는 정상 거래가 가능하다. 금융투자협회는 전날 19개 증권사를 대표해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블루오션에 발송하기도 했다. 향후 주간 거래가 재개될 경우 증권사의 고객 확보전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