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중국과 대만의 수출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수출은 ‘게걸음’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경제인협회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액은 2013년 5596억 달러에서 지난해 6322억 달러로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의 수출액이 같은 기간 54.8% 급증해 지난해 3조 4217억 달러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만의 수출도 10년 새 36% 늘어 4148억 달러에 이르렀다. 동아시아 4개국 중 우리보다 수출 성장세가 더뎠던 나라는 증가율이 0.3%인 일본뿐이었다. 전 세계 수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 3%에서 지난해 2.7%로 뒷걸음질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전자기기·자동차·기계 등 수출을 견인하는 ‘효자’ 품목들이 경쟁국들에 밀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반도체 등 전자기기의 경우 우리나라 수출은 10년간 26.4% 늘었지만 80.7% 급성장한 대만에 추월당했다. 지난해 대만의 전자기기 수출액이 2063억 달러에 달한 반면 우리나라는 1713억 달러에 그쳤다. 자동차의 경우 우리의 수출이 26.2% 늘어나는 사이 중국은 228.8%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3년 중국을 앞질렀던 우리의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918억 달러로 중국(1925억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 밖에도 배터리·디스플레이·조선 등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에 시장 주도권을 내준 주력 산업이 한둘이 아니다.
경제성장의 8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구조상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수출 둔화는 성장 동력 상실과 저성장 장기화를 의미한다. 올해 수출이 지난해의 역성장에서 벗어난 데 만족해서는 안 된다. 전체 수출에서 31.7%의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자동차를 비롯해 주력 수출 품목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민관정이 원팀이 돼서 경쟁력 우위 회복에 나서야 한다. 기업은 과감한 투자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정부는 예산·세제 등 전방위 지원책을 펴야 한다. 국회는 ‘반도체지원법’ 등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입법을 서둘러 수출 약진을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