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회사채 시장의 단골 ‘이슈어(발행사)’ SK(034730)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4배가 넘는 금액을 확보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9월 이후 만기를 맞는 회사채 물량만 20조 원이 넘는 가운데 반기보고서 제출을 마무리한 기업들이 발행을 재개하면서 회사채 시장은 다시 분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날 SK는 2500억 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 17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SK는 희망 금리로 개별 민평 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30~30bp(1bp는 0.01%포인트)를 가산한 금리를 제시했는데 만기별로 △2년물 0bp △3년물 0bp △5년물 +7bp △7년물 -1bp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SK는 이달 29일 최대 4500억 원까지 증액해 발행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SK의 수요예측 흥행은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신용등급 ‘AA+’급 우량채권이라는 점, 7~8월 발행 비수기를 거치며 기관투자가들의 회사채 투자 수요가 충분하다는 점 등에 힘입은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SK가 올 5월 수요예측 때 모든 만기 종목에서 민평 금리 대비 훨씬 낮은 수준으로 유효 수요를 확보했다면 이번에는 주문 분포가 상대적 약세를 보였다. 회사채 금리가 2~3단계의 금리 인하 시나리오를 선반영함에 따라 투자자들의 가격 부담이 높아진 탓이다. 전 거래일 SK 회사채 5년물 민평 금리는 연 3.298%로 기준금리(연 3.5%)보다 약 20bp 낮다.
SK와 SBS(034120)의 회사채 발행을 기점으로 국내 기업들의 신용 채권 발행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9월부터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일반 회사채 물량은 약 20조 2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27일 신용등급 ‘AA’급의 HL홀딩스(060980)와 ‘BBB+’급의 한솔테크닉스(004710)가 각각 800억 원, 300억 원어치 수요예측을 준비하고 있다. GS EPS(AA), 삼성물산(028260)(AA+) 등도 수천억 원대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채권 금리가 내릴 대로 내린 데다 공사채·은행채 등 초우량물의 대규모 발행도 예정돼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이에 따라 일반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금리는 민평 금리 대비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8월 들어 신용 채권시장의 약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절대 금리 수준에 대한 부담이 국채뿐만 아니라 신용 채권의 투자심리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