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기자의 눈] 국회의 벼락치기 법안 심사


2800개 법안 발의에 회의는 50번, 합의 처리는 15건.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며 올해 5월 말 닻을 올린 22대 국회가 3개월이 흐른 현재 받아 든 성적표는 이렇게 초라하다. 개원 3개월 만에 발의된 법안은 2800개가 넘지만 14개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을 심사하려 연 회의는 총 50차례에 불과하다. 상임위 한 곳당 석 달간 3.6회, 한 달에 겨우 한 번 회의를 한 셈이니 법안 심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지나치게 느린 국회의 시간표에 국민만 허탈했던 것은 아니다. 좋은 입법으로 더 나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들 역시 당혹감과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초선 의원은 ‘왜 상임위를 열지 않느냐’는 물음에 “나도 모르니 상임위원장에게 제발 열라고 말 좀 해달라”며 되레 하소연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했다. 첫 법안 심사를 시작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에서 초선인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으로 “상임위 활동은 산업에 필요한 법을 제정하는 일이라 기대를 안고 왔는데 너무 답답하다”고 작심 발언한 것도 이 같은 연장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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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당 전당대회에 필리버스터 정국까지 고려할 때 국회의원들이 놀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국회 본연의 입법 기능이 뒷전으로 밀린 건 씁쓸하다. 일부 의원실에서는 “여당 의석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보니 무기력한 것 아니겠냐”는 관전평을 내놓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정무위와 국방위는 심사 법안이 ‘0’에 수렴하고 기재위는 소위 구성도 못 했다. 원 구성이 마무리된 지 두 달이 다 돼 그저 “거대 야당의 폭주로 인한 마비”로만 치부하기도 부적절하다.

28일 본회의를 앞두고 일부 상임위에서는 뒤늦게 ‘벼락치기’ 법안 심사에 나섰다. 그 결과 여야 간 합의 처리된 법안이 15건가량 나왔다. 하지만 꾸준한 공부 없이 시험에 쫓겨 급히 펼친 교과서는 시험이 끝나면 머릿속에서 지워지기 마련이다. 급하게 넘긴 법안의 허점이 뒤늦게 발견돼도 그때는 늦다. 정기국회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더 이상 국회의 본래 기능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






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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