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선진국 추격 골든타임 얼마 안남아"…양자예산 우선 증액 가능성

['3000억 양자 사업' 예타 면제]

韓 기술, 100점 만점에 2점대

예산 확대 필요성 꾸준히 제기

적정성 검토 후 추가 반영할듯


양자 분야 대형 연구개발(R&D) 사업인 ‘양자 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가 유력해진 배경에는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정부의 위기 의식이 깔려 있다. 양자는 정보통신기술(ICT) 혁신으로 경제·산업은 물론 사이버전 같은 국방·안보에도 널리 응용될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지만 한국의 경쟁력은 주요국 중 최하위 수준이기 때문이다. 국가 혁신을 이끌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대형 R&D 사업에 대한 예타를 폐지하기로 한 정부가 양자 분야를 최우선 지원 대상으로 선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3’ 전시관을 찾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초전도 기반 50큐비트 양자컴퓨터 모형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3’ 전시관을 찾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초전도 기반 50큐비트 양자컴퓨터 모형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글로벌R&D특별위원회에서 공개한 ‘첨단바이오·AI·양자 글로벌 R&D 전략지도안’에 따르면 한국의 양자기술 수준은 미국·중국·영국·독일·일본 등 주요 12개국 중 최하위다. 논문, 특허, 전문가 정성 평가 등을 반영해 매겨진 한국의 점수는 양자컴퓨터 부문 2.3점, 양자통신 부문 2.9점, 양자센싱 부문 2.9점으로 12개국 중 최저였다. 양자컴퓨터 100점과 양자통신 84.8점을 받은 미국, 양자통신 82.5점을 받은 중국 등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최고 4위의 중위권을 차지한 AI·첨단바이오에 비해 양자 수준이 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올해 4월 내년 양자 R&D 예산으로 올해의 2배 이상, 2035년까지 총 3조 원을 투자하는 ‘퀀텀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글로벌 경쟁 대응에 나섰다. 이미 미국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7억 달러(5조 원)를 투자하는 범부처 지원책 ‘국가 퀀텀 이니셔티브’를 추진했고 영국도 올해부터 10년간 4조 원 투입, 캐나다는 양자 R&D 예산을 매년 7% 이상 증액하는 국가 양자 전략을 마련했다. 특히 ‘양자굴기’를 앞세운 중국은 2016년 세계 최초의 양자통신 위성 ‘묵자호’를 발사했고 양자컴퓨터 분야 특허에서도 미국을 앞질렀다.



양자 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 사업은 글로벌 경쟁에 가세하겠다는 정부 구상의 첫발이다. 특히 정부가 6월 500억 원 이상의 대형 R&D 사업에 대한 예타 폐지 방침을 세운 후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 사실상의 폐지인 면제 대상으로 양자가 처음 낙점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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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 폐지의 최저 기준인 500억 원을 크게 웃도는 수천억 원 규모의 사업이 면제 대상이 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양자기술 고도화에 대한 정부 의지가 크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최소 7개월 안팎의 기간이 걸리는 예타가 신기술 등장이 빈번해진 현재 R&D 적기 지원을 막는다는 취지로 예타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예타 면제는 통과와 달리 예산이 미리 확정되지 않는 만큼 향후 적정성 검토를 통해 사업비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사업비가 신청 당시 1조 원에서 3000억 원대로 대폭 축소된 데다 정부의 ‘2배 증액’ 약속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국가R&D 중 양자 예산이 과기정통부안 기준 1700억 원으로 올해 1300억 원에서 소폭 느는 데 그친 상황이라 예산 확대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과기정통부가 6월 R&D 예산안 발표 후 증액하기로 한 3000억 원의 일부가 이번 사업의 적정성 검토를 통해 양자 분야에 추가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양자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응용한 기술 분야다. 하나의 입자가 동시에 여러 상태를 가지는 ‘양자중첩’을 응용해 0과 1의 디지털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양자컴퓨터, 입자끼리 먼 거리에서도 즉각 상호 작용하는 ‘양자얽힘’을 응용한 양자통신, 측정 즉시 정보가 붕괴되는 현상으로 해킹을 방지하는 양자암호 등이 대표적이다. IBM·구글 등 빅테크가 앞다퉈 양자컴퓨터 성능을 키우고 국내에서도 이동통신 3사가 양자통신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점차 상용화도 이뤄지고 있다. 정부의 양자정보기술 백서에 따르면 전 세계 양자컴퓨터·양자통신·양자센서 시장 규모는 올해 33조 702억 원에서 2030년 155조 5112억 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윤수 기자·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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