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태어나 중국을 거쳐 천신만고 끝에 한국으로 온 남자 에디. 그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활동한 뒤 자리 잡은 곳은 호주다. 호주에서 생활은 쉽지 않았다.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했다. 골프장 청소원, 우버 기사, 카센터 세일즈맨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당장의 생활안정도 중요하지만 에디에게는 꿈이 있었다. 늙어서도 자식들에게 존경을 받는 것. 그가 택한 것은 전문직 자격증이었다. 회계사(IPA) 자격까지 취득했지만 그에게는 선천성 신장 기형으로 인해 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존을 담보하지 못 한다는 진단을 받는다.
에디의 이야기가 전면에 등장하지만 그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처음 탈북자와 취재 기자로서 1995년 서울 안암동 고려대 캠퍼스에서 처음 만나 30년 간 인연을 이어온 연합뉴스 김재홍 기자와 에디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김재홍 저자는 신간 ‘탈북 32년, 두만강 넘어 시드니’를 통해 두만강 여울을 건너온 대학생의 이후 32년 간의 탈북 성장기를 풀어냈다. 이 책을 만든 방식도 김 저자와 에디가 함께 에피소드를 구상해 초안을 쓰고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2년 이상의 공동 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다큐멘터리와 같은 회고록은 에디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형식으로 변모했다.
에디는 북한에서 태어났지만 자발적으로 탈북한 뒤 한국, 영국, 호주 등 체제와 환경이 전혀 다른 곳에서 살았다. 김 저자는 한국과 북한 그리고 호주에서 에디의 끝없는 도전은 탈북자 한 사람의 삶이 아니라 남과 북 그리고 새로운 한반도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에디가 문화적 다양성을 장벽이 아니라 장점으로 바꾼 동력을 두고 스스로 ‘개성상인의 DNA’를 언급한다. 개성상인 DNA는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성공에 대한 욕구이자 자본주의 기업가 정신인 동시에 세계가 주목하는 K-기업가 정신과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가 북한을 떠나온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가능한 대한민국의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아라. 남한에 온 이상 자본주의의 꽃인 돈벌이에 집중해야 한다. 돈을 모으면 차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돈을 번만큼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는다. 어느 정도 자리 잡기 시작하면 고향을 생각하며 부모 형제를 도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