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목발짚고 폐지줍던 ‘이 노인’의 다른 이름은 메달리스트입니다

박용삼씨, 전국장애인기능대회 81세 최고령 참가

6.25 때 한쪽 다리 잃어…19살부터 양복일 생업

폐업 후 폐지주우면서 지방기능대회 17개 메달

전국대회 7번째 도전…“수상하는 역사 쓰고싶다”

박용삼씨가 작년 9월 열린 40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양복 종목에 참가해 천을 자르고 있다. 사진제공=장애인고용공단박용삼씨가 작년 9월 열린 40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양복 종목에 참가해 천을 자르고 있다. 사진제공=장애인고용공단




내달 3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제41회 충청북도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는 1943년 태어난 박용삼씨가 올해도 최고령 참가선수다. 그의 삶은 6살 때 일어난 6.25 전쟁으로 바뀌었다. 그는 친구와 길을 건너다 군용트럭에 치여 한쪽 다리를 잃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목발을 짚은 ‘19살 청년’이 찾은 곳은 학교가 아니라 문경에 있던 ‘제일양복점’이다. 그는 점원으로 취직해 청소일을 시작으로 재봉일을 배웠다. 60세를 눈 앞에 뒀던 ‘이 청년’은 이번엔 일터를 잃었다. 38년 동안 근무한 양복점은 기성복에 밀려 문을 닫았다. 그는 다시 목발을 짚고 거리로 나왔다. 장애 탓에 직업을 구하기 어려웠던 그는 거리에 있던 폐지를 주웠다.



하지만 폐지를 줍는 그의 손에는 40년 가까이 양복을 만들던 감각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양복을 만들던 삶을 되찾고 싶은 게 더 크지 않았을까. 그는 지방장애인기능경기대회의 양장 직종에 처음 참가한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다. 올해 경북장애인기능경기대회까지 지방대회에서 획득한 메달 수는 17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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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마지막 도전은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다. 지방대회 수상자는 전국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그는 작년까지 6번 전국대회에 출전했지만, 입상에 실패했다. 올해 전국대회가 7번째 도전이다. 이번 대회를 주관하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그에게 재봉일은 생업인 동시에 인생 동반자”라며 “그는 ‘이번 대회에서 수상자로 자신의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올해 41회 대회에서는 박용삼씨를 비롯해 432명의 장애인이 31개 직종에서 자신의 기술을 겨룬다. 경쟁 종목들은 단순 조립이 아니라 영상콘텐츠편집, 컴퓨터프로그래밍 등 비장애인도 전문 기술이 없으면, 도전하지 못한다. 이미 참가자들은 기술뿐만 아니라 장애란 종목을 이긴 ‘메달리스트’다.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체카토미셀씨는 청각장애를 딛고 전산응용기계제도 전문가로서 자신을 증명하려고 한다. 두 아이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엄마 이혜미씨는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고 시각디자인 분야에 재출전했다. 중학교 3학년 희귀병으로 지체 장애를 얻은 서혜국씨는 흥미로 시작한 컴퓨터 수리로 다시 집 밖으로 나설 용기를 얻었다. 장애인공단 관계자는 “중증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부모는 아이들이 사회에서 상처받을게 걱정돼 집 안에서 보호하려고 한다”며 “공단을 찾아 아이들이 무엇을 잘하는지 진단 받기를 제안한다, 스스로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 정말 아이를 위한 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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