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정년'은 사회적 제도일 뿐…은퇴 시기와 방향을 정하는 것은 자신의 몫"

[새 일 클리닉] <9> 직장 울타리를 벗어나기 두려운 중장년

■ 홍제미나 JEM 대표


조기퇴직과 기대수명 증가 등으로 ‘인생2막’을 고민하는 중장년이 많습니다. 라이프점프는 중장년의 인생 2막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4060세대들이 가진 고민과 해답을 찾아나가는 ‘새 일 클리닉’을 운영합니다. 커리어 컨설턴트가 제시하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인생 2막의 방향성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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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를 앞두고 이제야 내 인생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렌다는 A 씨. 하지만 그런 마음은 잠시, 은퇴 후를 생각하면 막막하고 두렵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이유 없이 우울하고, 어떨 때는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은퇴하기 전에 부정적인 마음을 비워내고, 다시 자신감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Q1. 40대에만 해도 은퇴하고 어서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재정적으로 큰 고민은 없지만 직장이라 울타리 벗어난 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기에 은퇴가 다가온 지금은 마냥 인생 2막이 기다려지지 않습니다.


미국의 정신의학자 홈즈(Holmes)와 라헤(Rahe)박사의 ‘일상에서의 스트레스 수준 연구’에 따르면 일생을 살면서 겪게 되는 생애사건 43개 중 은퇴는 10위로 꽤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에 해당합니다. 은퇴는 부채, 배우자와의 불화보다 더 높은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입니다. 은퇴보다 스트레스 수준이 더 높은 사건들에는 본인의 질병, 가까운 가족의 죽음, 이혼, 배우자와의 사별 등이 있습니다. 즉 개인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은퇴는 상당한 스트레스 요인입니다.

따라서 은퇴에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두려운 것일까요. 경제·사회적 역할의 큰 변화로 인한 자기 효능감의 저하, 나이 듦, 소위 뒷방 늙은이로의 전락이라는 상실감, 은퇴 후 비어있는 10만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막연함 등등 그 이유는 다양하며 개인에 따라서도 제각각일 것입니다.

은퇴, 좀 더 구체적으로 정년퇴직이라고 하는 개념은 원래부터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다수 국가에서는 의무적인 개념의 정년은 없으며 정년퇴직을 정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도 합니다.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국가들은 정년 시기를 연장하고 있습니다. ‘정년에 따른 은퇴’는 사회적 환경에 따른 사회적 제도일 뿐이지 ‘내’가 은퇴 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나의 주관적 은퇴 시기를 언제로 할 것인지는 오롯이 자신의 몫입니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생계를 위한, 가족을 위한 삶을 열심히 살아왔다면 드디어 자신의 즐거움과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때가 왔다고 생각하면서 시야를 최대한 넓히고 그동안 미뤄왔던 일들을 하나씩 실현해 나가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은퇴 이후의 넉넉한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이 많다면 은퇴는 기다려질 수도 있습니다. 은퇴해도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은퇴 이후가 막막하고 두려울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은퇴 이후에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기대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탐색하고 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Q2. 투자나 사업은 리스크가 크고, 충실하게 직장에 다니는 게 가장 안전해 보입니다. 하지만 갑자기 퇴직하게 되신 분들도 있어 회사에 올인해도 되는지 두렵고 불안합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직장인에게 ‘조직은 결코 개인을 지켜 주지 않는다’, ‘내가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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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회사 생활을 하다가 IMF 외환위기도 맞이해봤고, 이상적인 비전을 가지고 이직했지만 뜻밖의 경영악화로 1년도 채 다니지 못하고 떠나야 하기도 했습니다. 회사가 개인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은 그 회사가 꼭 나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어쩔 수 없어서이기도 하며, 나의 사정으로 떠나야 할 수도 있습니다. 즉, 자신이 어떤 조직에서 일을 해오고 있다면 조직의 상황이든 나의 상황이든 조직을 떠나야 하는 순간이 언제든지 다가올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을 성장 또는 확장을 위한 터닝 포인트로 삼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분노와 불안으로 가득할 것이 아니라 더 멋진 다음 삶을 위한 외부로부터의 계기가 되었다고 긍정적으로 여기며 진취적으로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사에 올인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것 보다 변수로 가득해 예측이 어려운 미래에 대비해 현재 무언가 준비하고 있느냐 하는 자문자답이 필요합니다. 회사에는 여전히 충실해야 하겠지만 회사라는 익숙한 백그라운드가 사라진 다음 혼자가 될 자신을 위해 무게 중심을 조금씩 옮겨 가시기를 바랍니다.

회사와 일에 쏟는 시간과 에너지의 일부를 자신에게 넉넉히 나누시기를 바랍니다. 효율성이 아니라 효과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속도보다 방향을 찾아 나가실 것을 권합니다. 누구에게든 갑작스러운 퇴직은 다가올 수 있습니다. 회사에 올인해 오신 분들일수록 그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와 조직과 일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부터라도 회사와 일에만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내외부적 압력 요인이 있을 때 스스로 회사를 벗어나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는가일 것입니다.


Q3. 은퇴 후의 삶에 순조롭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 필요할까요.


은퇴 후의 삶에 만족해하시는 분들에게는 다양한 색깔의 모습으로 산다는 것과 눈높이를 없앴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양한 색깔은 자신의 삶을 여러 가지 활동으로 구성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는 개인, 가정, 회사(일)라는 3개의 요소 중 많은 분이 오랜 세월을 회사(일) 중심으로 살아오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은퇴를 기점으로 일의 의미를 재정립해 생계 수단적 의미에서 과감히 벗어나 ‘나를 움직이게 하는 모든 활동’이라고 일의 의미를 확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의 의미를 확장하고 경제적 수단으로서의 일뿐 아니라 취미활동, 사회 봉사활동, 배움 등으로 다양한 색깔의 활동으로 일상을 구성해 가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이전의 삶이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 ‘눈높이를 없애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고, 얼마를 벌었다는 개념 없이 제로 베이스에서 자신만의 독립적인 기준으로 은퇴 후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은퇴 전부터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적극적으로 탐색해야 합니다. 지금의 중장년 세대들은 어릴 적 진로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으며 자신의 흥미나 가치관을 삶에 연계시키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익숙하지 않은 경험들에 적극적으로 시도해 자신의 관심사를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은퇴 후 삶을 탐색하고 설계하기 위해서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 전에 인풋(input)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 평생학습은 정말 중요합니다.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해 관심 있는 분야의 직업 훈련을 하거나 국가평생학습포털, 서울런4050 등 국가나 지자체에서 하는 평생교육 과정, 고용센터, 중장년내일센터 등 중장년을 집중 지원하는 전문기관 등을 적극 활용해 볼 만합니다. 특히, 회사에서 생애설계 프로그램 과정이 개설되는 경우는 꼭 참여해 보시기 바랍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이런 것을 내가 해도 될까?’라는 생각으로 주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은퇴를 앞두고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면서 두려울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온 자신을 스스로 먼저 응원하며 한 발 한 발 내디뎌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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