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사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지배주주만을 위한 의사 결정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두산 합병 사례를 재차 언급했다.
이 원장은 이날 금감원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연구기관 간담회를 열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우리나라 자본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보다 심도 있고 현실성 있는 개선 방안을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감원은 올해 6월 이후 학계, 재계, 금융계, 일반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적 기업 지배구조 특성을 고려할 때 지배주주가 있는 기업 내 의사 결정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와 소액주주 보호 방안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기업 역시 자발적으로 주주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논란이 지속되는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는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반대 의견으로 갈렸다. 해당 논의가 상장 기업의 밸류업 연장선상에 있는 만큼 일반 회사 전체로 확대하기보다는 상장 회사에 한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명문 규정이 없더라도 이사가 주주를 위해 충실히 업무를 집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현행 상법 체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실효성 있는 조문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주 충실 의무 자체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이라 이사가 책임을 피하는 등 경영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만큼 명확한 행위 기준이나 구체적·개별적인 규정을 마련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일본은 합병 등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경제산업성 지침을 통해 주주를 보호하고 있다.
합병 등 주요 행위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투자자 보호 문제가 집중 발생하는 합병이나 물적분할 사례는 기업 내 별도의 특별위원회를 통한 심의 의결이나 일반 주주의 별도 동의 절차 신설 등 각종 방안이 제기됐다. 이정두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합병 등 구체적 사례에 대응하기 위해 합병가액 선정 기준 개선 등 원 포인트 제도 개선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앞서 이달 26일 두산이 제출한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가 투자자에 대한 설명이 미흡하다며 ‘의사 결정 과정 및 내용’ ‘분할 신설 부문의 수익가치 산정 근거’ 등을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두산그룹이 29일까지 정정신고서를 내지 않으면 효력 발생일, 주주총회 소집 통지 등 기간을 고려했을 때 9월 25일로 예고된 주총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