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026년 의대 증원 유예'를 공식화하며 대통령실과 입장차를 재확인한 가운데 의대 교수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내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만이 의정갈등을 풀 해결책이란 입장이다.
전국 40개 의대가 소속된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28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제안에 대한 논평'을 내고 "집권 여당이 현재의 의료 붕괴 상황을 해결하고자 나선 것은 긍정적이지만 2025학년도 정원 1509명 증원도 불합리하고 근거 없이 진행됐다는 것이 국회 청문회를 통해 확인된 만큼 이를 유지하자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의 정책이 유지되면 내년 의대 1학년 과정에는 7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공부해야 한다"며 "교육이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가 여당의 대표로서 앞으로도 엄중한 책임 의식을 갖고 현재 상황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의교협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이들은 "회복 불가능할 지경에 다다르는 현재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대통령"이라며 "6개월을 넘어가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애써 무시하고 응급 의료 대란마저 눈 감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은 대통령께 위기 상황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최근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정책에서 비롯된 의정갈등을 해결할 키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의정갈등이 반년을 넘어서며 답보상태인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한 대표의 역할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짙다.
한 대표는 지난 20일 전공의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과 만나 의정갈등의 해법을 비롯해 여권과 의료계의 소통 창구로서 역할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25일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공개되자 박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공개로 상호 합의된 만남을 일방적으로 언론에 흘려 다소 유감"이라면서도 "국민의힘 측에서 일부러 공개한 것은 결국 한동훈 당 대표의 결심과 의지의 표명이라고 생각한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젊은 의사들의 요구는 일관적"이라며 "한 대표와 여당은 복잡한 이 사태의 본질을 세심히 살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을 설득해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던 지난 3월에도 세브란스병원에서 전의교협과 비공개로 만났다. 당시 회동은 전의교협의 선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과 만남 직후 대통령실이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하라'는 입장을 내놓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위원장이 의대 증원 사태를 중재하는 흐름을 연출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