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평가(034950)가 건설과 화학 부문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그룹의 사업 환경과 재무 부담이 모두 부정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롯데케미칼(011170)의 신용등급이 하향될 경우 지주사인 롯데지주(004990)의 신용등급도 덩달아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기업평가는 29일 그룹 분석 세미나를 열고 “롯데지주 신용도 산정 시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의 신용도가 하락할 경우 롯데지주의 신용도도 연계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계열 통합 신용도는 상대적으로 재무 및 영업 환경이 양호한 롯데호텔이 산정에 포함돼 현재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롯데지주 신용등급 전망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영향이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위축, 중국 경쟁 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설 등으로 화학 업황이 고꾸라지자 영업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업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국내외 설비투자를 늘리고 지분 투자를 이어가면서 재무부담 역시 한층 가중된 상태다.
한국기업평가는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중국의 자급률 상승 등이 영업 실적 회복 폭을 제약하고 있다”며 “과거 호황기 수준으로의 회복은 중단기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투자 부담으로 가중된 재무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자 조정, 자산 매각 등에도 업황 전망을 고려할 때 현 수준의 신용도에 부합하는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롯데케미칼의 신용도 하락을 시사했다.
이에 한국기업평가는 롯데그룹의 지주 역할을 하는 롯데지주의 신용도가 덩달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롯데지주 신용도를 산정할 때 포함되는 계열사는 롯데쇼핑·롯데웰푸드·롯데칠성음료·롯데케미칼인데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평가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경우 지주의 신용도에도 타격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롯데건설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도 유지했다. 한국기업평가는 “2022년 저점 대비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과중한 재무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 금융 비용 상승에 따른 사업성 저하 등을 고려하면 현재 신용등급에 부합하는 재무 안정성 회복이 단기간 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따른 투자 부담이 내재된 상태라고 평가하면서 추후 경쟁 열위에 있는 자산을 매각하거나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재무 부담을 통제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