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IN 사외칼럼

"'워라밸'이요? 이젠 '워라블'시대죠" [오시혜의 MZ 건강 아카이브]

■오시혜 차의과학대학교 의료홍보미디어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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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에서 '워라블'로.



이 짧은 단어의 변화 속에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집약돼 있다. 한때 우리는 일과 삶을 분리하려 애썼다. 지금 이 순간에도 퇴근 후엔 업무 연락을 차단하고, 주말엔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정말 일과 삶을 완벽히 구분해 살 수 있을까? 어쩌면 야근 없는 삶을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 내에 최대한의 성과와 효율을 내기 위해서는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거나, 집에서도 일에 대한 고민이 짙어지는 게 당연할 수도 있다. 직장인뿐 아니라 대학생도 마찬가지다. 당장 앞에 놓인 프로젝트와 과제를 해치우고 휴식을 즐기기 위해서는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뿐만 아니라 잠들기 전에도 그것을 끝내기 위한 잡념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워라밸이 아닌, '워라블(Work-Life Blending)'이라고 말해보면 어떨까?

워라블은 '일과 삶의 융합'을 의미한다. 업무와 개인 생활의 조화를 추구하며, 자아실현을 이루는 업무 역시 중요하게 여긴다. 단순히 일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둘을 유기적으로 융합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이는 특히 Z세대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직장을 원하지 않는다. 자아실현의 장으로서 일하길 바란다. 동경하는 사람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되거나, 내가 가진 능력과 재능을 마음껏 펼치며 성장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등 그렇게 영감을 갈망한다.

특히 광고나 영상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만든 회사에 대한 로망을 가진 채 취업을 위한 노력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열정과 애정을 직업으로 승화시키는 이들이 많아지는 요즘, 우리는 워라블을 추구하며 ‘덕업일치’를 꿈꾸는 건 아닐까? 나의 취미나 덕질하고 있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모든 이가 취미를 직업으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워라블을 위해 노력하는 건 누구나 가능하다. 주어진 일을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일의 의미를 찾고 또 자신의 성장과 연결 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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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바로 자기주도적 삶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마케팅 직무에서 일한다면 단순히 제품을 팔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심리학이나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공부하며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데이터 분석 능력을 키워 사회 트렌드를 읽는 통찰력을 기른다. 이렇게 일을 통해 배운 것들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이러한 노력은 자기PR의 중요성과 같이 요즘 사회가 강조하는 가치 속에서 살아남는 또 하나의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워라블은 일과 삶을 섞어 생각하라는 말보다도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당연히 일을 해야 하는 존재라면, 그 속에서도 무언가를 얻기 위해 노력하며 즐기는 자가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일과 삶을 대립 관계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조화롭게 융합하는 방법을 찾을 수만 있다면 조금 더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건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선택의 자유'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만약 워라블을 강요받는다면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압박일 뿐이다. 우리는 각자의 상황과 가치관에 맞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대학 생활을 시작한 후로 단 한 번도 공부와 삶을 그리고 일과 삶을 구분하지 않았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자체가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자 즐거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부와 일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선순환을 꿈꾸고 있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명확한 업무 시간과 사생활의 구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구분 속에서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는 것도 하나의 정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워라블’이라는 말은 잠깐 유행하다 사라질 트렌드가 아닌 삶의 양식으로 자리잡을 거라 확신한다. 세대가 나뉘어질 만큼 세상 속에서 일과 삶을 다르게 바라본다는 인사이트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건넨다. 그리고 우리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보다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일과 삶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여정, 그것이 바로 우리 세대가 마주한 도전이자 기회다.

마지막으로 누군가 일에 대한 강박을 느끼거나 완벽주의, 또는 워커홀릭이라는 단어로 본인을 표현하는 이가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워라블을 추구하며 성장을 갈망하는 청춘일지도 모른다고.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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