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명품 매출이 ‘두 자리수 역신장’이라는 이례적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소비 심리 위축으로 ‘2030’ 등이 지갑을 닫은 데다 그나마 구매하는 명품도 국내 백화점이 아닌 해외에서 산 결과로 풀이된다. 적게는 20~30%에서 많게는 50~60%까지 명품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는 백화점의 매출 의존도를 낮출 전략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7월 백화점 해외유명브랜드(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 백화점 명품 매출이 두 자리수 감소율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처음으로 시행했던 2020년 3월 이후 4년 4개월만이다. 당시는 여성 캐주얼(-58.7%) 잡화(-54.0%) 등 전체 매출이 40.3% 감소하는 가운데 명품도 19.4%가 줄어들었다. -19.4%는 2020년 3월 기준 가장 선방한 제품군 성적표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명품 매출 쪽에 조금씩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긴 했지만 그동안은 ‘보복 소비’ 심리가 급격히 사그라들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 정도로 여겼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두 자릿수 역신장은 얘기가 다르다. ‘불황 없는 명품’ 공식에 금이 가게 할 만큼의 어닝 쇼크 수준”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추세라면 비단 7월 한 달 뿐만이 아니라 3분기는 분기 기준으로도 역성장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2분기의 경우 3개월 합산 평균치 기준 0.1%의 증가로 가까스로 역성장을 면했다.
상황이 이렇자 백화점은 3분기는 영업이익뿐만 아니라 매출도 걱정해야 할 형편이 됐다. 업계는 2분기까지는 영업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매출 만큼은 사상 최대 매출 행진을 이어왔다. 7월 현재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명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2.4%이다. 명품 매출이 줄면 전체 매출도 줄어드는 구조인 셈이다.
백화점 명품 매출이 이처럼 급격하게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든 데는 2030 고객 매출 감소, 해외에서의 구매 증가, 예전에 비해 다소 주춤해진 외국인 매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명품 구매 증가, 명품을 사는 대신 여행을 떠나는 등의 ‘소확행’ 소비 트렌드 확산 등도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명품 매출의 감소가 보복 심리 감소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면 백화점의 전략에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종 브랜드 육성, 식품 상품군 강화 등을 통해 줄어드는 명품 매출을 벌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미 최근 주요 점포 리뉴얼을 통해 비춰지는 백화점 3사의 전략은 명품보다는 되레 로컬 맛집 등을 강조하는 트렌드도 감지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사러 백화점 간다'는 얘기는 일부 중장년층에게만 여전히 맞는 옛말”이라며 “2~3년 전까지만 해도 명품에 ‘올인’ 했던 업계가 최근에는 MZ 핫플 만들기에 총력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명품을 대체할 만한 이렇다할 캐시카우는 아직 보이지 않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