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다음 달부터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착수한다. 최근 의혹이 불거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뿐만 아니라 동양생명·ABL생명 인수·합병(M&A) 관련 적정성에 이르기까지 경영실태 전반을 들여다 볼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이미 합병승인을 얻어 합병을 마친 한국포스증권 인수의 적합성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우리금융·우리은행에 정기검사 실시와 관련한 사전 통지서를 보냈다. 금감원이 우리금융·우리은행에 대해 정기검사를 벌이는 것은 2021년 말 이후 약 3년 만이다. 당초 올해 정기검사 대상에는 우리금융·우리은행이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최근 잇달아 문제가 불거지면서 내년 일정을 앞당겨 진행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우리은행에 대한 이번 정기검사가 상당히 고강도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카드·캐피털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이 발견된 만큼 전 계열사에 대해 검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금융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보험사 M&A와 관련해서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은 지난 달 28일 이사회를 열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결의하고, 중국 다자보험그룹 측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만약 내부통제가 미비했던 점이 확인돼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 이하를 받을 경우 자회사 출자에 제한을 받게 된다. 이 경우 보험사 인수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 합병 절차도 이번 검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우리종금에서 손 회장과 관련해 부당대출이 이뤄졌던 사실이 확인되면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 금융위원회가 이미 합병 승인을 내린 사안이지만, 심각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발견될 경우 이 같은 결정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승인을 내린 사안이라 한국포스증권 합병 건이 번복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다만 금융 당국을 기만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어떤 후폭풍이 몰아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