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리플(XRP) 발행사 리플랩스(이하 리플)가 미래 가상자산 커스터디 시장 규모를 최소 10조 달러로 전망했다. 특히 상업은행과 공공기관이 가상자산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한국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리플은 한국 학계와도 업무협약을 맺고 각종 연구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더 선명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모니카 롱 리플 사장은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리플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롱 사장은 “오는 2030년까지 커스터디 시장의 규모는 최소 10조 달러(약 1경 38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상자산 채택 대부분은 커스터디 플레이어가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 다양한 자산이 토큰화되면서 안전하고 규제에 부합하는 커스터디 솔루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리플 역시 ‘리플 커스터디’ 서비스를 통해 기관, 기업, 가상자산사업자가 안전하게 가상자산을 보관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리플은 한국 커스터디 시장에도 각별히 주목하고 있다. 롱 사장은 “하나은행 등 한국의 상업은행이 가상자산 커스터디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만큼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커스터디 기업 빗고는 지난해 하나은행과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신한·KB국민은행도 블록체인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간접적으로 커스터디 사업에 발을 담그고 있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몇 년 동안 대형 기관들이 커스터디 시장으로 진입하는 모습”이라며 “국민연금도 총 운용자산의 2%가량을 가상자산 기업에 투자할 만큼 공공 분야에서도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의 규제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갈링하우스 CEO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블록체인 사업에 투자하고 있지만 규제 명확성이 최우선 과제”라며 “토큰증권(ST) 관련법도 상반기에 (국회를) 통과해서 명확한 분류 체계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2월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며 국내 여러 증권사들이 토큰증권 인프라 확보에 나섰지만 관련법 개정이 늦어지며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을 꼬집은 셈이다.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점친 리플은 한국 주요 대학과 협력할 예정이다. 리플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연세대학교와 자사의 블록체인 학술 연구 이니셔티브 프로그램(UBRI)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UBRI는 지난 2018년 출범 이후 6000만 달러 이상의 지원금을 마련했다. 연세대는 리플과 함께 인공지능(AI), 금융, 정보 시스템, 운영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리플은 연세대 교수진,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블록체인 교육 기회도 제공한다. 에릭 반 밀텐버그 리플 전략 이니셔티브 수석 부사장은 “이론과 실제 기술 사이의 격차를 메우고 학계와 산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